2019년 5월 8일 수요일

어서오세요

여기 오신 분들은, 아마 제가 어딘가에 남긴 덧글을 보고 오신 분들이리라 생각됩니다.

글이 새로 올라오지 않아도 버려진 블로그가 아니니, 제게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이 글에 덧글로 남겨주십시오. 아마 주말에는 답글을 달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다만 매주 들어오지는 못합니다]. 덧글을 남기실 때, 어디에서 무슨 덧글을 보고 말씀하시는 것인지 써주시면 좋겠군요.

이 블로그의 오래된 글에 덧글을 올리시면 제가 모를 수 있습니다. 이해해주십시오.

2015년 9월 28일 월요일

난민관련 보도들에 대해서

1. 제가 난민인정업무는 아는 게 없습니다만, 언론보도를 보면서 몇몇 기사는 부연설명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잘못된 정보가 토론의 전제로 되는 것도 자주 보았구요.
하지만 고수들께서 나서지 않으시니, 저라도 사족을 붙여봅니다.
제가 일하는 틈틈이 보다보니 몇 건 밖에 보지 못했고, 집에 자주 오지는 못해서 늦게서야 글을 씁니다.


2. 난민인정율이 너무 낮다는 언론보도가 무척 많았죠?
우리 난민법이 국제적 기준과 동떨어진 것은 아닙니다.
법 제정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 국제법적 개념들을 그대로 끌고 들어왔죠.
다만 지리적 여건[우리나라 주변을 보십시오. 중국/일본/러시아 정도입니다] 때문에 난민신청 자체가 적을 수 밖에 없었는데,
언젠가 말씀드린대로 2010년 경 난민신청이 탈법적 체류를 위한 우물고누 첫 수가 되어 버리면서, 신청이 폭주해버린 겁니다.
이 때문에 난민인정율이 낮을 수 밖에 없습니다.
무슨 사태/ 어디 내전으로 난민신청이 폭주했다는 기사도 있던데,
그 영향도 있었겠지만 이 사정이 더 클 겁니다. 딱 한가지만 생각해보시죠.
2010년 이전에는 세계가 평온해서 난민신청이 적었을까요?

또 한가지. 난민인정자와 함께 난민불인정 되었지만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사람도 생각해야 하는데, 언론에서 그건 뺐더군요.
시리아의 경우는 아래 다시 다룹니다


3.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9/12/2015091200284.html
다른 부분은 제쳐두고,
마지막에 버려진 여권이 발견되었다는 것에 대해서만 말씀드리려 합니다.
위조여권 행사 등 국경관리를 뚫으려 할 때 흔히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이 부분은 저도 잘 모릅니다. 인공 입국재심과/환승분석팀 아저씨/아줌마들의 왕국이지요].
예컨대 이란인이 프랑스인으로 위장해서 환승범죄를 시도할 때럼 위조여권을 행사할 때,
짐에서 진짜 여권이 나오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진짜 여권이 필요없어지면, 아예 입국심사 등을 거치기 전에 버려버리는 일도 많죠.

참고로 탈북자들이 중국 위조여권으로 인천공항까지 와서는 화장실에서 중국여권 찢어버리고 귀순했던 일도 많았다는데, 이건 경우가 좀 다릅니다.


4. 난민-대테러 관련 기사들이 몇 건 났더군요.
위험성을 경고하는 입장에서 끌어 쓸 수 있는 기사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9/03/0200000000AKR20150903111851009.HTML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50920_0010301749&cID=10101&pID=10100
http://news.donga.com/3/all/20150922/73787986/1 ~ 기사 논조는 경고입장이 아닙니다만 마지막 부분은.

위험성을 부정하는 입장에서 끌어 쓸 수 있는 기사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9/11/0200000000AKR20150911115300009.HTML
~ 마지막 부분에 보시면 미국 정부는 오랜 '검증절차'를 거쳐 수용할 것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완전히 사정이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난민인정'과정은 오래 걸리지만,
그 기간 중 난민신청자는 사회 내에서 자유롭게 체류합니다.
희망한다면 지원센터에서 숙식할 수는 있습니다만, 이곳은 구금시설이 아닙니다.
좀 자세하게 말씀드리자면..
난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입국허가 전 난민신청을 했다고 칩시다.
우리나라에 입국허가를 받기 전이므로, 악용가능성이 워낙 커서 난민인정심사의 대상이 되는 지 검토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 때 아직 입국허가 전이므로 공항내 별도의 장소에 대기해야 합니다만,
그 기간은 난민법상 7일을 넘을 수 없습니다.
여기서 회부결정을 받고 입국한 경우,
난민인정 신청 접수 후 난민신청자[G-1. 인도적 체류허가자도 G-1인데, 좀 다릅니다]자격으로 난민인정 여부 결정시까지 자유롭게[거주제한 없이] 체류하게 됩니다.
탈북자의 경우 하나원에서 머무르는 과정이 있지만,
난민신청자의 경우 이런 과정이 없습니다.

난민/대테러 관련해서, 위와 같이 엇갈린 기사들이 나오고 있죠?
난민수용에 대한 입장차를 배경으로 하는 것 같은데, 제가 대테러 전문가도 아니니 뭐라 할 입장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나라에 온 난민 가운데 주의깊게 지켜봐야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맞습니다.
저는 자세한 내용을 알지도 못하거니와, 아는 것을 밝히는 것도 부적절하겠지요.


5.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9/15/0200000000AKR20150915197300108.HTML
다른 부분은 제쳐두고, 세르비아에서 난민을 신청했는지 여부가 왜 문제되며, '안전한 국가'는 뭔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박해가 없는 나라- 그러니까 '안전한 국가'-에서 왔으면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난민은 '박해를 받으니까' 난민인 것이죠.
만약 심각한 박해가 없는 나라에서 살던 사람이라면 난민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예컨대 일본인이 우리나라에 난민신청한 경우, 박해가 있었다고 보기 힘들겠죠.
이걸 간단하게 안전한 국가 출신은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만약 세월호 소유주 일가가 프랑스나 미국에서 난민신청을 한다면,
이 것이 중요한 쟁점이 될 겁니다.

안전한 국가 국민 뿐만 아니라,
박해가 있는 국가 사람이 안전한 국가를 거쳐서 온 경우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모두 인정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안전한 국가에 있었다는 것은 이미 박해를 피했다는 뜻이죠.
그렇다면 난민으로서 특혜를 줄 필요가있겠냐는 겁니다.
대한민국을 거쳐 영국/캐나다로 간 탈북자를 생각하시면 쉽게 이해가 갈 겁니다.
탈북자들이 위험한 상황에 빠져있던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남한에 들어왔다면? 위험한 상황 끝난 것이죠.
그런데 이들이 남한을 떠나 영국/캐나다로 갔다면, 그건 '박해 때문은' 아닌 겁니다.
그러면 영국/캐나다는 이들에게 난민으로서 특별대우를 해야 할까요?
그건 아니죠. 그냥 외국인으로 처우하면 되겠죠.
헝가리에서는 이 원칙을 그대로 원용하겠다는 겁니다.
다만 안전한 국가를 거쳤더라도, 난민신청을 모두 불인정하지는 않습니다.
안전한 국가에서 난민신청을 할 수 없었던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면 고려를 해야겠죠.
그런데 헝가리 정부에서 그런 사정이 있었다고 봐 줄지는 모르겠습니다.


6.
가.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9/12/0200000000AKR20150912052400004.HTML
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1/26/2015012602855.html

1) 요즘 문제되는 시리아의 경우,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아도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부지시를 공개할 수 없어 모든 것을 밝힐 수는 없습니다만, '나' 기사 두번째 단락의 내용이 맞습니다.
한마디로, 시리아 사람은 중대한 문제가 없다면 거의 구제가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난민인정자와 인도적 체류허가자의 차이를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아사드 정권에서 정치적 문제로 쫒고 있는 사람'은 난민이고,
'정권에서 쫓지는 않지만 내전상태이니 돌아가면 위험'하면 인도적 체류허가자 입니다.
시리아인 절대다수는 후자에 들어가겠죠. 이게 '가'기사 앞에서 다룬 내용입니다.

2) 난민인정자와 인도적 체류허가자는 자국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국내체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같습니다[오해도 있는 것 같은데, 일반적으로 난민인정은 국적/영주권 부여가 아닙니다. 각각의 요건을 구비하면 신청할 수는 있겠죠. 미국에서는 정치적/외교적 고려에 따라서 바로 영주권을 준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 제가 모르는 분야이므로 넘어갑니다]

3) 다만 난민인정자는 F-2 자격으로 최대 3년까지 체류기한을 부여받고,
인도적 체류허가자는 G-1[난민신청자와 대분류는 같지만 다릅니다]자격으로 최대 1년까지 부여받습니다.
얼핏보면 체류자격이 달라 처우가 크게 다를 것 같지요?
'가'기사에서도 이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구요.
하지만 한번에 3년까지 연장 가능한지 1년까지 가능한지+
난민법에 따른 사회보장 적용문제를 빼면, '실질적으로' 크게 다른 지는 의문입니다.

가) 난민인정자는 난민법[30조~37조]상 혜택이 있습니다만,
사회보장문제를 빼면 솔직히 얼마나 현실적인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난민법 제정이 큰 업적인 상부 생각은 완전히 다르겠지만요].

나) 예컨대 사회적응교육 같은 경우,
난민인정자 아닌 외국인 누구라도 신청만 하면 사회통합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회적응교육이 이것과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 지 모르겠구요.

다) 학력/자격인정도 현실적으로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사기업에서 필요한 자격과 능력이 되는 사람을 외국에서 딴 자격이라고 채용 못하지도 않고,
사기업에서 필요한 자격과 능력이 없는 사람을 법적으로 자격인정해준다고 쓰지도 않지요.

라) 교육문제- 얼핏보면 심각해 보입니다만,
요즘 불체자도 교육기관에서 교육받는 것 아십니까?
불체자도 초/중/고 잘 다니고 있는데, 인도적 체류허가자 자녀라서 학교 못다닌다?
말이 안됩니다.

마) 사회보장 적용문제는 주무부처의 입장을 들어보시는 것이 나을 듯 합니다.
이건 돈은 물론 해당 제도의 설계와 직결된 문제니까요.
제 생각으로는, 난민인정자/인도적 체류허가자 모두 자국의 비정상적인 상태로 인해 국내체류가 인정되는 겁니다[다른 체류자격으로 머물 수 있다면 당연히 그 자격으로 머물면서 상응하는 처우를 받아야죠].
즉 자국의 상황이 정상화되면 돌아갈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제도에 편입시키는 것이 타당할지 모르겠네요.
참고로 이것은 저와 같은 하급직원들 생각이고, 상부 의견은 완전히 다릅니다.
그러니까 난민법안에 못을 박았겠죠.

바) 가족결합 문제도 그렇습니다.
적용이 되고 안되니 심각한 차이 같겠지만, 인도적 체류허가자의 가족도 '아무개의 가족으로서'가 아닌, '본인 스스로의 문제로' 난민/인도적 체류허가자로 되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란 점을 아셔야 합니다.

참고로 '가'기사에서는
난민인정자는 "이른바 '가족결합'도 가능하다. 배우자나 미성년 자녀 등 가족들에게 방문동거(F-1)라는 체류 자격을 주고 함께 지내도록 하는 게 가족결합이다." 인 반면,
인도적 체류허가자는 "'가족결합도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가족이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아 G-1 비자를 얻으면 함께 지낼 수 있는 정도다."라고 비판하는데,
'가족결합'과 '가족이 함께 지내는 것'의 차이는 뭘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물론 체류담당자 입장에서는 F-1/G-1 에 따라서 처리가 다릅니다. 일반적인 경우, F-1과 G-1의 차이는 크죠. 하지만 이 경우에는 한번에 연장가능한 기간이 2년인지 1년인지 빼고는 실무상 다를 게 없습니다].

* 오해를 막기 위해 덧붙입니다. 가족결합 인부가 사증발급 등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난민의 가족으로서'가 아닌, 본인 스스로의 문제로 난민/인도적 체류허가자가 될 수 있는데 실질적 차이가 과연 얼마나 크겠냐는 것이지요

사) 인도적 체류허가자의 취업에 대해서 다뤄지고 있지요?
난민인정자는 F-2 자격이므로 취업활동에 제한이 없습니다.
G-1 자격 소지자는 원칙적으로 취업이 되지 않으니 차이가 클 것 같지요.
하지만 인도적 체류허가자는 G-1자격이라도 체류자격외활동허가를 받아서 취업할 수 있습니다.
'가' 기사에서 취업은 할 수 있지만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하는데,
이게 체류자격외활동허가입니다.
이 것은 수수료도 없을 뿐더러, 구비서류도 간단합니다. 이걸 문제삼는 것은 글쎄요...

'나' 기사에서는 '하지만 기타비자뿐인 이들을 선뜻 고용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비판하는데, 이건 설명이 좀 필요합니다.
예전에도 말씀드렸던 것 같은데, 탈법적인 체류를 위해 소송/질병치료/난민신청을 빙자해 G-1자격을 취득하고, 불법취업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인도적 체류허가자가 아닌 난민신청자의 경우, 일정한 경우 체류자격외활동허가가 제한되고, 체류자격외활동허가없이 취업하면 불법입니다].
이 것이 적발되면 고용주도 불법고용으로 처벌받지요.
고용주 입장에서는 외국인등록증이 있으니까 불법체류자는 아니구나 해서 썼는데,
알고보니 취업할 수 없는 사람이라서 불법고용으로 처벌받는 것이지요.
이 것이 벌금이 꽤 쎕니다.
이 것으로 당한 사람이 많아지면서, G-1 자격을 가진 사람을 보면 의심하고 고용을 않으려는 것이 당연한 겁니다.

하지만 G-1 자격 소지자로서 합법적으로 체류자격외활동허가를 받은 경우[난민신청자/인도적 체류허가자 모두], 여권에 체류자격외활동허가 스티커를 붙여주고 있습니다.
여권만 보여주면 합법적으로 취업할 수 있다는 것을 간단하게 입증할 수 있는데,
체류자격 때문에 취업이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죠.
오히려 저런 주장을 한다는 것 자체가
'지금까지 허위난민신청으로 G-1 등록증을 악용했는데, 이제는 잘 안먹히더라. 그러니 이제 다른 자격의 등록증이 필요하다'
는 뜻 밖에 안됩니다.

* 보도내용에 대한 설명은 여기까지 이고, 저도 한마디 해도 되겠죠?
'나'기사 첫머리에
'시리아 내전을 피해 아델(34·가명)씨와 조카 압둘(32)씨가 한국에 온 것은 2014년 3월.
이들은 난민인정 신청 3개월 뒤 인도적 체류를 허가받았다.
그러나 의료·소송 등을 목적으로 입국한 외국인에게 주는 기타(G-1)비자로는 그의 신분조차 제대로 보장할 수 없었다.
그해 말, 살 곳을 찾아 다시 난민선에 오른 압둘씨는 이탈리아로 가던 중 선박 좌초로 목숨을 잃었다.'라고 하는군요.
이 부분은 G-1자격과 인도적 체류허가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점이 보입니다만, 접어두기로 하죠.
저 분이 돌아가신 것은 유감입니다만, 저런 행동 자체가 난민 신청이 어떤 의미인지 말해주는 겁니다. 저 기사에서 말하는 신분보장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저 분이 한국을 찾은 것이 '고문과 박해를 피하기 위함'은 아니었다는 점은 쉽게 알 수 있지요.

아래 7.에서 다룰 기사처럼,
"우리는 거지가 아닙니다. 단지 한국에서 살고 싶을 뿐입니다."라는 것이 진실이라면,
저 분은 왜 한국을 떠난 것이죠? 그리고 난민인정자/인도적 체류허가자에게 혜택이 없다는 비판은 무슨 의미일까요?


7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9/12/0200000000AKR20150912041900004.HTML

제가 이 건 담당자도 아니고, 관련기록을 찾아 볼 까닭도 없습니다.
그저 일반론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1) 기사상 아버지의 체류자격이 D-8 인지 D-9인지 알 수 없습니다만, 이들 자격 모두 미성년자녀는 F-3로 동반체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년인 자녀는 별개 가구로 독립생활을 해야 한다고 봐서, 성년이 되면 연장이 안되죠.
아마 이 때문에 저 사람의 국내체류가 문제되었을 겁니다.
내전 외의 정치적 박해를 받을만한 사유가 있다면 난민인정이 되었겠지만, 그게 없어서 난민인정이 안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전이 터진 것은 사실이니, 인도적 관점에서 고향으로 돌려보내지 못하고 인도적 체류허가를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2) '난민은 여행증명서를 받아 다른 나라에 오갈 수도 있지만 인도적 체류자는 그러지 못한다.':
난민인정자는 법무부장관으로부터 여권을 갈음할 수 있는 난민여행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 같은데,
잘못 읽으면 오해하시기 쉽게 쓰여졌군요. 오해하시기 쉬운 부분만 짚어보겠습니다.
- 난민인정자/인도적체류허가자/난민신청자 모두 한국에서 출국하겠다면 다른 문제가 없는 한 막지 않습니다.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지만 나갈 때는 아니란다'와는 정반대죠.
- 다른 나라에 입국할 수 있는 지는 그 나라의 주권사항입니다.
우리 정부가 관여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우리 정부에서 난민인정자로 다루는지 인도적 체류허가자로 다루는 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지요.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저개발국가의 경우 대사관에서 자국민에게 여권발급을 거부하거나 지체시키는 것은 종종 있는일입니다.
반드시 반정부활동 같은 이유 때문은 아니죠[들리는 말로는 자국에서 운영경비 등이 잘 안온다는데, 맞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런 경우, 거의 모든 민원인들이 '알아서 잘' 해결합니다. 어떻게 했냐고 물어보면 그냥 얼버무리고 말더군요.

그리고 우리 정부가 난민여행증명서를 발급해준다는 것과 그걸로 다른 나라를 오갈 수 있다는 것은 별개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와 수교를 맺은 국가라면 우리 여권을 유효한 여권으로 인정합니다.
하지만 외교부장관도 아닌 법무부장관이, 국민도 아닌 난민에게 발급한 여행증명서라면?
난민협약에 따라 인정해줄 수도 있지만, 확신은 못하죠.
하물며 사증을 내주고 입국허가를 해 주느냐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이야깁니다.

3) 난민신청자들이 저희를 그렇게 무서워하는 지는 몰랐네요.
우리나라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저개발국가 국민들이 저희를 두려워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예컨대 베트남에서 온 결혼이민자의 부모들이 처음 저희 사무소에 들어서면서, 공손하게 인사를 해서 제가 당황한 적도 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처음 외국인등록증 만들러 올 때도 그렇구요.
하지만 몇 번 와보면 달라집니다. 한국 분위기에 바로 적응하죠. -_-;;
요즘같이 진상이 판을 치는 민원실에[특히 젊은 여직원들만 있으면 볼만합니다] 말입니다.

어느 이라크 난민신청자가 저더러 '이라크 같았으면 교수형감'이라고 하던 걸 보면, 모든 난민신청자들이 저희를 그렇게 두려워하는 지는 의문이네요.
다만 제가 옆에서 봐도 문제가 있는 직원도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4) '한국에서 사업하는 한 시리아 친구는 난민 신청을 하지 않았는데도 아이 2명을 낳아 외국인등록증을 받는 데 3년 정도가 걸렸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기가 외국인등록을 하는 것은 체류자격 부여라는 것입니다.
업무 자체가 까다롭지 않고, '건실한' 사업가가 국내에서 사업하는 과정에서 아이가 태어났다면, 문제될 여지가 없습니다.
저희 업무처리가 잘못되었을 수도 있지만, 이 건은 저 사람이 말하지 않은 뭔가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보도 내용에 대한 설명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도 문제점을 지적해도 되겠지요?
[함단은 "난민으로 인정받으면 가장 먼저 여행증명서를 받아 5년간 보지 못한 첫째 여동생을 만나러 가고 싶다"며
"지금은 나도 한국을 떠날 수 없고, 시리아에 사는 여동생도 비자 문제로 한국에 올 수 없다"고 마음 아파했다.]

저 말을 읽는 순간 떠오른 것은 동학의 궁궁을을 부적이었습니다.
갑오농민전쟁 당시, 농민군은 궁궁을을 부적으로 총알도 피할 수 있다고 믿었다죠.
여권발급마저 거부된다는, 돌아가면 바로 위험에 처한다는 반정부 활동가도 난민인정을 받으면 돌아가서 여동생도 만날 수 있다니,
대한민국 난민인정서가 궁궁을을 부적 못지 않은 위력을 가지고 있나봅니다.
시리아 정부는 난민인정을 받으면 반정부활동가도 손을 못대나요?

저 분이 한국의 50년대를 언급하니, 우리나라 얘기를 해보죠.
홍세화 선생이나 윤한봉 선생이 난민신청하거나 난민인정받자마자 귀국하지 못하고, 문민정부출범 이후에야 돌아올 수 있었던 까닭은 뭘까요?
홍세화 선생이 난민신청해놓고 유신시절 한국에 가족 보러 올 수 있었나요?
윤한봉 선생이 난민인정받고 5공시절 한국에 자동차부품팔러 오는 게 말이 될까요?

말 나온 김에, 사업을 한다는 저 사람과 가족들은 어느 나라와 거래하는지 궁금하네요.
만약 시리아라면 박해의 대상이라는 주장과 모순이고, 주변국이라면 거기서 체류가 가능하겠죠.
난민신청자들이 자국에 사업을 하는 것이 왜 난민신청과 모순이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조금만 생각하면 바로 답이 나오죠.
시리아보다 훨씬 낫다는 러시아도, 푸틴에게 밉보인 올리가르히들 어찌되었나요?

저 분이 한국의 과거를 언급하니 우리나라 얘기를 해보죠.
국제그룹 같은 대기업도 공중분해되었던 것 기억하십니까? 군부에 빼앗긴 기업, '헌납한'재산은 얼마나 될까요?
저희 집안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제가 예전에 썼던 것처럼 할아버지는 좌익으로 학살되셨습니다. 아버지는 빨갱이 아들로 살아야 했구요.
지금은 없어졌지만, 80년대까지만 해도 구인광고마다 빠지지 않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해외여행에 결격사유가 없는 자'
60년대에 빨갱이 아들에게 국외여행허가가 나올리 없었고, 그 때문에 웬만한 직장은 지원할 엄두도 못냈습니다.
어찌해서 교직에 들어갔더니[요즘은 교직의 인기가 높습니다만, 옛날엔 많이 달랐습니다. 할 것 없으면 면서기하고, 면서기도 못하면 선생했다는 것이 아버지 말씀입니다], 주임교사[지금은 없어진 말입니다. 학년별로 하나씩 있었다는데, 평교사 바로 위 교감 아래입니다]만 하려해도 비밀취급인가가 필요했다죠.
빨갱이 아들에게 비취인가가 나올리 있습니까. 승진은 남의 얘기였다죠.
나중에 '세상이 좋아지면서' 그런 것이 없어졌습니다만, 이미 나이는 들고 또래들은 저만큼 위로 올라간 뒤였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명퇴하실 때까지 승진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학살과 박해가 기다리는 자국에 무사히 드나들고, 투옥과 고문은 하는 나라에서 사업은 하게 놔둔다?
독재는 다큐멘터리에서나 본 미국/서유럽의 난민심사관은 납득할 지 몰라도, 저들말대로 독재를 겪어본 우리 경험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주장입니다.

2015년 4월 19일 일요일

"국제결혼은 성적순?"vs"한국어 능력 결혼의 기본" 기사를 읽고

뉴시스라는 언론에서 "국제결혼은 성적순?"vs"한국어 능력 결혼의 기본"라는 기사가 났더군요.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50418_0013608768&cID=10201&pID=10200
얼마전 다른 언론에서도 이 비슷한 보도를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마 취재과정에서 충분한 설명이 있었을텐데... 기사에는 '반영이 되지 않은' 듯 합니다. 뭐 흔한 일이죠 -_-;;
아무튼 일반인들께서는 오해를 하실 것 같아, 몇마디 적어봅니다.
1990년대 즈음부터 내려오는, 워낙 사연이 많은 이야기라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 지 모르겠네요. 글재주가 없어서 두서없는 뻘글이 되어도 양해바랍니다.
참고로 보도에는 근거규정을 출관법 9조5항이라고 했는데, 틀렸습니다. 시행규칙 9조의5 5호입니다.

1. 먼저 저 조치는 국제결혼이라고 해서 모두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국제매매혼'에만 적용된다고 보시면 됩니다[편의상 이 글에서 '국제결혼'이라고 하면 정상적인 외국인과의 결혼을 말하는 것이 아닌, 국제매매혼만을 가리킵니다]. 동조 단서에는 부부 사이에 아이가 있는 경우만 언급되고 있습니다만, 결혼 이전에 혼인당사자 간에 교제가 있었던 경우에는 당연히 고려를 해 주죠.
예컨대 외국에 주재원으로 생활하던 한국인이 그 나라 사람과 사귀다가 결혼한 다음 한국으로 들어와 살게 되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때 그 외국인 배우자가 우리 말을 못한다고 사증을 주지 않고 생이별을 시키진 않습니다.
아니면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와서 정상적으로 생활하다가, 한국인과 인연이 닿아 잘 사귀다가 결혼한다고 해 봅시다.
당연히 고려해줍니다.

언론보도에는 멀쩡한 부부를 부인이 한국말 못한다고 생이별시킨다는 식으로 썼던데, 그건 정말 아닙니다.  
제가 만약 저 보도를 한 기자를 개인적으로 안다면, 다시는 상종을 안할 것 같습니다.

2. 그럼 왜 저런 조치가 나왔을까요?
주변에서 국제결혼하는 것 보신 적 있습니까? 물론 정상적인 혼인관계가 아닌 '국제매매혼' 말입니다.
남자쪽에서는 별 생각없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결혼을 하고, 여자쪽에서도 '일단 한국에 들어가고 보자'며 그냥 들어옵니다

남자쪽는 정말 무책임하게 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죠.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냥 결혼해서, 결국 여자가 도망가면 저희에게 와서 행패 좀 부리다가[아니 국가에서 당신 마누라 도망시켰냐고!!] 그냥 다른 여자(물론 가난한 나라 사람) 다시 얻어옵니다.
제가 이쪽 업무를 처음 다뤘을 때 받은 인상은, '결혼이 아니라 무슨 강아지 얻어오는 것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여자쪽에서도 애초에 남편에게는 큰 관심없습니다. 요즘은 93~95년생이 들어오던데, 남자쪽 나이를 보면 30대 후반에서 40대가 많습니다.
이런 앳된 아가씨들이 늙은 남자가 뭐가 좋아서 결혼하겠습니까?
예전에 제가 겪은 일입니다.여자 하나가 국제결혼으로 입국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입국해 보니, 남자가 이미 죽어 있었죠.
그런데도 여자는 집에 돌아갈 생각이 없답니다. 그 여자는 단 며칠 보았을 뿐인 남편과의 운명적인 사랑때문에 한국을 떠나지 못하는 것일까요?

국제결혼가정에서 가정폭력도 자주 이슈가 되죠. 그런데 이 때 자기 나라로 돌아가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자, 상식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천리타향에 남편 하나 보고 왔는데 남편이 두들겨 팬다? 오만정 다 떨어져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정상일겁니다.
그런데도 돌아가지 않는 것은 왜일까요?
답은 하나. 처음부터 입국한 이유가 남편은 아니었던 것이죠.
남편과 살기 위해 한국에 온 것이 아니라, 한국에 오기 위해 결혼한 것 뿐입니다.
그러면 왜 그렇게 한국에 오려할 까요? 한국을 사랑해서?
해답은 언제나 그렇듯 돈입니다. 환율/물가 등의 차이로 자국에서는 벌 수 없는 돈을 한국에서는 벌 수 있거든요.

이런 국제결혼이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저런 조치는 이런 국제결혼을 줄이고자 나온 것입니다.

3. 이런 말 하긴 정말 창피합니다만, 어느 나라에서는 국제결혼을 인신매매로 규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된 데에는 한국인의 공이 컸다죠.
외국의 법까지 바꾸는 자랑찬 한겨레-_-;;로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일이 더 생기지 않도록 막아야죠. 그 방법은 사증심사 강화밖에 없습니다. 저 조치는 이런 사정도 생각해서 나온 겁니다.

4. 위장결혼의 문제도 있습니다.
국제결혼 가운데 위장결혼도 종종 있습니다.
남자는 노가다판/여자는 식당에서 일하기 위해 위장결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만, 유흥업소에서 악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업주 등이 외국여성과 '결혼하고' 여자를 불러들이죠. 그리고 여자에게 그 일을 시키면서, 그 여자를 통해 그 나라 여자들을 모집해 와서 관리하기도 합니다.
상식적으로 한국말 한마디 못하는 외국인들이 어떻게 우리나라 구석구석에서 그 일을 할까요. 브로커가 있을 수 밖에 없죠.
한마디로, 단순한 위장결혼이 아니라 외국인 여성 성매매 관련 브로커라고 보시면 됩니다.

좀 더 자세히 다뤄보면...
외국인 여성이 유흥업소 등에서 일한다고 합시다. 적발이 되면 당연히 강제퇴거[강제추방이라고들 아시죠] 됩니다.
그런데 국민과 결혼한 사람의 경우, 범죄사실이 인정된다고 하여도 국민과 혼인관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강제퇴거시키기는 힘들죠.

예컨대 업주 등이 외국여자와 결혼, 그 여자를 통해 관광비자로 온 여자 몇과 불법체류 여성 몇을 데려와서 쓰고 있었다고 가정해보죠.
업소가 적발되면, 관광비자로 온 여자/불법체류 여성 등은 강제퇴거됩니다. 하지만 '국민의 배우자'는 강제퇴거가 힘듭니다[예전에는 국민의 배우자도 일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국민의 배우자에 대한 취업제한이 사라져버리면서, 무슨 업종에 종사하든 손을 못대게 되어버린 겁니다].
이제 업주는 그 여성을 통해 다른 여자들을 불러오면 그만입니다. 아무리 단속되어도, 위장결혼을 통해 계속 업소를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예전에는 위장결혼을 많이 잡아내고 퇴거[추방이라고들 아시죠]시켰습니다.
그런데 법원의 어느 판결(악용의 우려가 높아서 밝히진 않습니다. 변호사인 동기 형도 '그런 판결이 있었냐'하더군요)덕분에 사정은 바뀌었죠.
이제 현실적으로 거의 힘들게 되어 버렸습니다. 뭐 위장결혼은 다 잡힌다는 언론보도가 가끔 나오긴 합니다만.....
일반 네티즌들처럼 판사를 깔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못 붙은 시험 붙은 분들이고, 같이 공부할 때도 저보다 우수했던 사람들이 임관했으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판사들이 뛰어난 것은 맞지만 이 쪽 일에 대해 전혀 감각이 없다는 것입니다.
소송수행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판사들 얼굴에서 '불쌍한데 봐주자'라는 표가 팍팍 난답니다. 현명하신 재판관님께서 자비롭기까지 하신 것이지요 -_-;; 판결문을 읽어봐도, 저희쪽 정책이나 업무에 대한 통찰을 찾기는 힘듭니다.
어찌되었든 법원의 판단을 저희가 손 댈 수는 없습니다. 다른 대안을 찾아야죠. 그 가운데 하나가 사증심사 강화입니다. 저 조치는 그 내용 가운데 하나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런 조치가 최선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만, 시행가능한 대안 가운데 하나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많은 성과를 거두어왔습니다.

2015년 3월 6일 금요일

귀화면접에서 애국가

예전에 귀화 면접에서 애국가를 부르지 못하여 불합격된 사람의 언론보도가 난 적이 있었지요.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4/10/16/0200000000AKR20141016052400004.HTML

https://www.lawtimes.co.kr/Legal-News/Legal-News-View?Serial=88030

그 건 자체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도 없고, 개별 귀화신청 건에 대해서 다룰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다만 귀화면접에서의 애국가에 대해 조금 말씀드리려 합니다.

귀화면접에서는 애국가를 부르게 하는데, 여기에서 탈락자가 종종 있습니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서도 노래를 좋아한다고 한 겨레이니, '노래를 못하면 국적도 안 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은 아닙니다. 따라서 음정박자는 크게 중요하지 않죠.

제가 제대로 아는 것은 아닙니다만, 애국가 제창의 실무적 의미는 기본소양의 확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현실적으로 애국가를 부르지 못해 탈락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한국인으로서의 기본상식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이들은 우리 말로 의사소통도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애국가도 부르지 못하는 사람이 다른 질문에 제대로 답하는 것은 본 적이 없습니다. 아니, 무엇을 물어보는지 이해 자체를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여기에, 서양의 선서 내지 서약에 갈음하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귀화자는 법원에서 선서를 하게 된다고 하지요.
우리나라에서는 귀화신청자가 서약서를 작성하는데, 이게 그리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2011.2.1.에 신설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애국가 제창은 그 이전부터 있었습니다. 귀화면접이 지방사무소로 위임될 때부터 있었는데, 당시 규정을 보면 처음 생긴 것 같지는 않거든요.
서양의 경우 선서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 법문화에서는 익숙한 일은 아닌 듯 합니다.
선서까지는 생각을 못하고, 애국가 제창을 시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귀화면접의 애국가 제창 요구는, 어떤 사람들의 주장처럼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불관용'이란 의미는 아닌 듯 하네요.

2015년 1월 18일 일요일

" '범죄 시한폭탄' 不法체류자 20만명… 손놓은 정부" 를 읽고

"'범죄 시한폭탄' 不法체류자 20만명… 손놓은 정부" 라는 언론보도를 보았습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1/15/2015011500189.html?news_Head3

크게 틀린 내용은 없었습니다만, 조금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 글을 씁니다.

1. 먼저 반드시 짚고 넘어갈 것이 있습니다.
'불체자가 모든 악의 근원'이라는 식의 접근은 틀린 것입니다. 상당수의 불체자는, 나라가 가난하다보니 남의 땅에 와서라도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착한사람들도 많죠.

다만 100% 선한/악한 인간은 없습니다. 인간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 동물이죠. 그러다보니 법적 통제에서 벗어나 있는 이들이 잠재적 위험군 또는 사회적 불안요소가 되는 것은 틀림없는 일입니다.

불체자를 무작정 사회적 증오의 배출구로 삼는 것도 틀린 것이고, 불체자라면 마냥 불쌍하게만 보는 순진한 환상에 빠져있는 것도 틀린 것입니다.

2. 불체자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불체자가 생기지 않게 하든지, 생긴 불체자를 잡아내든지 해야겠죠. 불체자가 생기는 과정의 문제점과 불체자를 줄이는 과정의 문제점을 나눠서 살펴보겠습니다.

3.불체자가 어떻게 생기는 지 크게 나눠보자면, 등록외국인이 불법체류하는 경우와 단기체류 외국인이 불법체류하는 경우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가. 등록외국인이 불법체류하는 경우는 여러가지이겠습니다만, E-9/E-10/H-2 와 같은 단순노무자들이 가장 많습니다. 다른 체류자격은 일정 수준 이상의 여건을 갖춘 사람들이라서, 이들보다는 불체율이 훨씬 낮죠.
참고로 어떤 언론에서는 E-9의 불체율이 H-2 보다 높다는 보도를 하던데, H-2의 경우 외국국적동포[조선족/고려인]에게 나가는 사증이므로, 동포정책상 여러가지 혜택이 있었죠. 이 때문에 불체율이 E-9보다는 낮습니다. 그러면 그 혜택을 E-9/10에 확대하면 어떨까 생각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외국국적동포라는 특수성에서 비롯된 혜택으로 일반 외국인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이들 단순노무인력들은 우리나라에서 대개 최저임금 수준에서 급여를 받습니다만, 그래도 고향에서 받는 돈의 몇배가 됩니다. 환율차이 때문에 나라에 따라 다릅니다만, 3배~10배 쯤 되는 것 같더군요. 또한 거의 모든 업체에서는 숙식을 제공하므로 돈을 모을 수 있죠. 그러니 합법적인 체류기간이 끝나도, 집에 갈 생각을 않게되죠. 이때문에 불체자가 정말 많이 늘어납니다.
그러면 왜 이런 체류자격 소지자들을 줄이지 않는 것일까요? 바로 일손부족 문제입니다. 그런 주장과 관련된 언론보도가 있었고, 그에 대해서 제가 쓴 글이 있습니다.
http://keyboardwarrior7.blogspot.kr/2012/01/blog-post_1178.html

저러한 언론보도와 같은 주장이 사회적으로 큰 힘을 가지다보니, 불체자가 어떻게 무더기로 생겨나는지 뻔히 알면서도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인터넷 등에서는 외국인력 도입이 거대자본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떠돌고 있습니다만,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위에서 본 E-9 의 경우, 제조업 종사자는 법적으로 중소기업에만 배정되게 되어 있습니다. 농축산어업의 경우, 일반 농어민에게 배정되지요. 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에 따라 허용인원이 산정되다보니 대기업에 유리합니다만, 모두가 대기업에 배정되지는 않죠.
E-10의 경우, 내항선원과 순항여객선원의 경우 규모가 있는 기업에서 쓰게 됩니다만,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어선원은 일반 어민에게 배정됩니다.
따라서 대기업에서 쓰는 단순노무 외국인력은 그 비율이 극히 적다고 보시면 됩니다.--


나. 단기체류 외국인의 불법체류는 어떻게 생겨날까요? 이들은 대개 관광을 빙자하여 입국하고 있습니다. 입국심사를 정밀/엄격하게 하면 상당수 줄일 수 있겠지요. 그런데 왜 그렇게 하지 않을까요? 나라의 관심이 불체자 방지보다는 관광객 유치에 쏠려 있기 때문입니다.
불체자가 이마에 불체자라고 써있는 게 아닙니다. 당연히 조사가 필요하고, 그 과정은 그다지 기분좋은 것은 아닙니다. '신속하고 친절한' 입국심사를 대대적으로 추구하는 상황에서 불체자를 걸러내는 정밀심사는 설 자리가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제가 썼던 글이 몇개 있습니다. 이 주제와 직접관련된 글들은 아닙니다만,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http://keyboardwarrior7.blogspot.kr/2014/03/blog-post.html
http://keyboardwarrior7.blogspot.kr/2013/07/blog-post.html
http://keyboardwarrior7.blogspot.kr/2010/09/blog-post_21.html


4. 불체자 발생방지는 민생치안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만, 국정의 최우선과제가 되기는 힘들겠죠. 그래서 위에서 보는 것처럼 불체자가 양산되는 창구를 뻔히 알면서도, 구멍을 막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생겨나는 불체자를 그만큼 잡아내면 문제가 간단하게 해결되겠죠? 그런데 그렇게도 못하고 있습니다.

가. 가장 큰 원인은 불체자 단속 인력부족입니다. '또 인력타령이냐!'하시겠지만 사실입니다. 맨 위에서 다룬 기사에 전국의 단속인력이 다 합쳐서 150 명이라고 했죠. 제가 알기로는 작년기준 143명인데, 그 사이 조금 늘어난 것인지 그냥 150이라고 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나. 문제는 이들 150명도 대부분 불체자 단속'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와 같은 곳의 단속반은 단속업무만 하겠지만, 그 이외의 거의 모든 사무소 단속반은 실태조사도 같이하고 있습니다. 만약 관내에 공항이나 항구라도 있으면 출입국심사업무도 함께 해야하지요. 제가 예전에 단속반에 있을 때는, 일주일에 적으면 하루~ 많으면 사흘 쯤 단속을 하고, 나머지는 출입국심사나 실태조사를 했습니다.
이것도 항공업계 비수기에나 그렇지, 항공업계 성수기에는 한달에 하루 단속하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신고/제보가 아무리 들어와도, 단속을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성수기가 끝나 단속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갔습니다만, 역시나 불체자는 뜬지 오래였고, 신고하신 분들의 반응은.... 설명을 생략하겠습니다.

--만약 인력이 늘어난다고 해도, 단속/실태조사/출입국심사를 완전히 분리하는 것은 좋지 못한 듯 합니다. 저희 업무는 서로 연계되어 있거든요. 단속/실태조사를 아는 사람과 전혀 모르는 사람의 출입국심사는 같을 수가 없습니다. 실태조사나 출입국심사과정에서 단속과 관련된 정보를 얻는 일도 있구요. 단속/출입국심사를 해 본 사람은 실태조사를 할 때 그만큼 더 많은 것을 고려하게 되지요--

다. 더 큰 문제는 적은 인력마저도 사력을 다해 뛰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단속을 열심히 하면 사고가 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그 뒷수습이 쉽지 않죠. 정치인들이나 언론에서는, '공무원이 열심히 일하다 사고내는 것은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하지만, 단속중 사고가 터졌을 때 다른 누군가 나서서 수습해주는 것은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제 선배님께서 속한 팀에서 겪은 일입니다. 단속을 나갔는데, 누군가가 단속반을 보더니 도망가더랍니다. 잡고 보니 한국인 - 왜 도망갔냐고 물어보니 그냥 무서워서 도망갔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졸지에 불법체포를 한 것이 되어 경찰/검찰 조사를 받게 되었고, 그 사람은 합의금으로 5천만원까지 부르더랍니다. 결국 해결은 되었습니다만, 이 과정에서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또 다른 선배님 한분도 비슷한 일을 겪으셨는데, 역시 누구 하나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죠.
어떤 사람은 단속 중 불체자를 추격하다가 지나가던 할머니와 부딪쳤답니다. 그 때문에 검찰까지 불려가서 조사를 받아야 했다죠.

단속 도중 불체자가 죽거나 다치는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가 기분이 나빠서 불체자를 때렸다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겠죠. 그런데 저희 책임이 아닌 결과에 대해서도 단속반에 대한 마녀사냥이 시작됩니다. 각종 인권단체에서는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고, 언론에서는 그 주장을 그대로 받아씁니다. 그런 일 때문에 제가 썼던 글이 좀 있습니다.

http://keyboardwarrior7.blogspot.kr/2012/04/blog-post_14.html
http://keyboardwarrior7.blogspot.kr/2011/12/blog-post.html

하지만 저희가 단속하다 죽거나 다치면 어떻게 될까요?
아무도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제가 썼던 글입니다.
http://keyboardwarrior7.blogspot.kr/2014/08/blog-post_30.html

참고로 저 때 무슨 대단한 일이 있어서 묻혔던 것이 아닙니다. 노래방인지 당구장인지에 불이 나서 재산피해 몇백만원 난 것까지 뉴스에 나오던 때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사력을 다해 뛰겠습니까?

라.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불체자 단속담당 부서는 기피부서가 되었습니다. 단속을 천직으로 알고 한 우물만 파시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그 수는 많지 못합니다. 나머지는 단속부서에 배정되는 것을 꺼리죠. 저도 쓸만한 신규 직원을 보면 충고해줍니다. '단속 업무도 알아야 하니, 안갈 수는 없다. 하지만 가도 6개월은 넘기지 마라.'고 하죠.
심지어 일선사무소에서는 문제직원을 보낼 곳이 없을 때, 단속반에 처박아 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에서도 이런 문제를 알고, 능력있는 직원을 단속부서로 끌어들이기 위해 이민조사관제도라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제 구실을 하는 지는 의문입니다. 위에서 제도 자체를 잘못 만든 것은 아니고, 일선 사무소에서 운용을 잘못하는 듯 합니다만.... 어찌되었든 단속이 기피업무가 된 근본 원인을 바로잡지 않는 상황에서 큰 효과를 거두기는 힘들겠죠.

요즘 공무원이 인기가 좋아졌다고는 합니다만, 일류 인재들이 말단 공무원을 하지는 않죠. 그런 상태에 기피부서까지 되면, 더 볼만해집니다. 이 때문에 단속부서에서는 웃지 못할 일들도 많이 생깁니다. 일일이 다 기억하지는 못합니다만, 제가 단속부서에 있을 때도 뒷목잡고 쓰러질 일이 많았습니다.

5. 불체자를 제대로 줄이지 못하는 원인을 대강 말씀드려보았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인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어떤 사회 문제가 불거지면 꼭 따라붙는 주장이 '유능한 민간 전문가를 공직사회에 수혈하자'는 것입니다만, 여기서는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분야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분야는 '유능한 민간전문가' 자체가 없습니다.
여러 대학교수님들이나, 저명한 연구기관에서 저희쪽 문제를 다루는 논문/책들을 가끔씩 펴내고 있습니다만, 읽어보면 정말 뭐라고 할 말이 없어집니다. 제가 무식해서 이해를 못하는 것이겠습니다만, 현실을 전혀 모르시더군요. 현장에서 여러가지 설문조사 등도 하시던데, '사회적 약자인 불체자'에 대한 순진한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한, 부질없을 겁니다.

제가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유능한 민간전문가'가 조직의 상부를 차지하고, 경기활성화+연금개혁으로 지금만도 못한 사람들이 현장부서를 채우는 것입니다.
그런 일이 없기를 빌 뿐입니다.

2014년 12월 20일 토요일

어떤 귀화신청 사유

얼마전 옷차림이 초라한 초로의 민원인이 찾아오셨습니다.
낯은 익었는데, 무슨 일로 오셨던지 얼른 생각이 안났습니다. 귀화신청 구비서류에 대한 안내문을 내미시더군요. 국제결혼을 하신 분이셨는데, 아내의 귀화신청을 하려고 안내를 받으셨던 분이셨습니다. 제가 귀화신청 구비서류를 설명하면서 메모한 흔적도 남아있었습니다.
제가 얼굴을 기억할 정도이면 몇번을 찾아오셔서 설명을 들으셨을 터인데, 그래도 설명을 다 알아듣지 못하고 다시 확인차 찾아오신 것이었습니다[참고로 귀화신청하시는 분들 가운데 구비서류가 복잡하다는 말씀을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정규교육을 받으신 분이라면, 안내문을 보며 설명을 한번 듣는 것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현실적으로 국제결혼을 하시는 분들 가운데 학력이 낮은 분들이 많아서 생기는 일이죠].
다시 설명을 해 드렸습니다만, 제대로 이해하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동행하신 부인의 상태를 보니, 귀화신청을 한들 면접을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무작정 신청을 하려 합니다. 이런 경우, 대개는 아내에게 졸리다 못해 남편이 나서는 것이죠.

그런데 귀화신청에는 돈이 들어갑니다.
귀화신청시 수수료는 30만원이고, 우리나라에서 서류를 갖추는 데는 돈이 별로 들지 않습니다.
문제는 자국에서 가족관계 소명자료와 범죄경력증명서를 마련해와야 하는데, 여기에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죠. 가족관계를 소명할 수 있는 자료는 우리나라로 치면 출생증명서나 가족관계증명서(호적등본)입니다. 제대로 된 국가라면 많은 돈이 들 문서가 아니죠. 그런데 결혼이민자들이 오는 국가는 대개 가난한 나라들이고, 이런 나라는 거의 부패가 심합니다. 그래서 공무원들이 별 것 아닌 증명서 한장에도 돈을 뜯어내는 일이 많답니다. 브로커의 손을 거치면 돈이 더 불어나지요[제가 귀화신청을 받으면서 민원인들에게 물어보니, 나라/지역에 따라서 적게는 수십, 많게는 200만원이 넘는 돈을 들여야 했다더군요].

마침 그 분의 부인이 오신 나라는, 서류 떼는데 꽤 돈이 드는 나라였습니다.
그분 행색을 보니, 수입이 적을 것 같았습니다. 재산도 거의 없을 듯 했구요. 넉넉한 사람들에게는 별 것아닌 돈이었지만, 그 분께는 타격이 클 것입니다. 신청해봐야 떨어질 게 뻔한데 돈 들이려는 것을 보니 안타깝더군요. 보다못한 제가 은근슬쩍 한마디 했습니다.
귀화해봐야 남편에게는 좋을 것 없다고.

그 분 부인의 기록이 그닥 좋지 못했거든요.
지금 아이가 있긴 했습니다만, 결혼으로 들어와 가출/불법체류하다가 이 분과 결혼하고 임신한 덕에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갖게된 사람이었습니다.
결혼이민자 중에는 영주권/국적 따면 애 팽개치고 사라지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대단히 미안한 얘기지만, 이 사람도 '남편과 살려고 한국에 온' 것이 아니라, '한국에 살려고 남편과 붙어있는' 것일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국적이 없어도, 결혼생활을 계속하는 한 체류에 지장이 있는 것도 전혀 아니구요.

하지만 그 분의 한마디를 듣고 나니 할말이 없더군요.
'내가 가고 나면, 국적이라도 있어야 애를 키울 거 아니오'


대책없는 국제결혼의 흔한 모습을 또 마주친 것이죠.

제가 다른 사무소에 있을 때 일입니다.
결혼이민자 한 분이 동생을 우리나라에 머물게 해달라며 찾아오셨습니다. 동행하신 분께 사정을 들어보니 딱했습니다. 남편은 술 때문에 죽었고, 시댁에서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 상황에서 아이 가운데 하나가 큰 병으로 입원했답니다. 동생이라도 머물면서 도와줘야 할 상황이었죠.

지금은 육아지원을 위해 결혼이민자 가족이 국내에 머물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습니다만, 그 때는 허가가 가능한 사안이 아니었습니다. 과장님께 여쭤보니, 해주라고 하시더군요. 저도 나중에 책임질 각오를 하고 해줬습니다. 감사가 못본 것인지, 보고도 딱해서 넘어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별 일 없이 넘어갔습니다.

수수료 6만원도 못 내셨을 정도로 사정이 딱한 분이라, 쉬는 날 그 아이가 입원한 병원에 몰래 가봤습니다. 병원에 물어보니, 지원을 받는 덕에 치료비 등은 내지 않아도 된다는군요. 불행 중 다행이었습니다.

또 다른 사무소에 있을 때 일입니다.
어느 결혼이민자의 신청 건이었는데, 도저히 허가할 수 없는 건이었습니다. 불허를 하고[계속 체류하는데는 지장이 없었습니다]나서 신청인과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남편도 죽었는데 나는 어떻게 살아요'하고 울음섞인 목소리로 하소연하더군요.
장애인이었던 남편은 술을 많이 마셔서 죽었고, 애 때문에 오후에만 일을 할 수 있어서 월급은 수십만원에 불과했습니다. 시누이는 남편의 장례식까지는 많이 도와줬는데, 이후로는 왕래가 없답니다[장애인인 동생을 결혼까지 시키고 병원비 대고 장례까지 치뤄줬으면 할만큼 한 것이겠죠]. 사는 집도 남편이 얻어놓은 곳에서 그냥 사는데,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지다보니 전세인지 월세인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전세라고 해봐야 보증금 얼마 안될테고, 어느 날 집 주인이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할 것 같더군요. 다행히 정부에서 지원을 받고는 있었는데, 큰 돈은 아니었습니다.
하도 딱해서 조금 도와주었습니다만, 지금도 그 사람 생각하면 답답해집니다.

저런 사람들을 보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딱하니까 해달라는대로 다 해줘서 국적까지 주는 게 답일까요? 나중에 감당못할 사회적 부작용으로 돌아오겠죠.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앞으로 저런 일들이 더 벌어지는 것은 막아야겠습니다. 다행히 얼마전부터 결혼사증 심사가 강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충분하지는 못한 듯 합니다. 앞으로 더 강화되어야 하겠습니다.





남자 입장에서, 돈 벌어오는 것이 가장의 가장 큰 책임으로 되는 것은 그다지 기분좋은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가장이 제구실을 못하거나 쓰러진 집들을 보면 두렵죠.
저런 집안들을 보고 있으면, 제때 월급받는 것이 죄스러운 느낌입니다.



2014년 12월 7일 일요일

어떤 결혼

언젠가 직장에서 결혼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선배님 한분이 자신의 결혼 이야기를 하시는데, 그 과정이 특이했습니다.
선배님과 형수님이 양가 어르신의 권유로 만나기는 했는데, 서로 별로였답니다.
그래서 그만 접으려고 했는데, 그 다음이 남달랐습니다.

장인어르신께서 형수님의 핸드폰도 빼았고 형수님을 감금시켰다가, 선배님이 오면 풀어주셨다네요. 형수님께서 직장을 다니고 계셨는데, '직장? 안나가도 된다'면서 가둬버리셨답니다. 수십년전 시골에서 있었던 일이 아닙니다. 2000년대 서울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결국 두분은 결혼하게 되셨구요.

사람들은 모두 '에이~ 설마'하면서 선배님의 허풍 쯤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짚이는 것이 있어서, 처가 쪽도 기독교 집안이냐고 물어보니 그렇답니다.
선배님이 독실한 기독교인이거든요.
그래서 그냥 신앙때문에 일어난 일인가보다 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선배님의 장인어르신께서 위독해지셨습니다. 선배님께서는 다른 사위들보다 더 지극하게 장인어르신을 돌보신 듯 합니다. 그저 결혼과정을 생각하면 장인 어른을 더 잘 모셔야하려니 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장인어르신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장례식장에 가보니, 형수님께서 외동딸이셨던지라 선배님께서 아들/상주노릇까지 하고 계시더군요.
장모님께서는 사위의 직장사람들이라고 하니 더욱 신경써주셨습니다. 형수님은 전업주부이시고, 이제 믿을 사람이라고는 사위 하나 남았으니 당연하다는 생각에 뭉클했습니다.

그렇게 조문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문득 장인어르신께서는 이 모든 것을 내다보고 선배님을 사위로 점찍으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과정은 별로였지만, 지금은 형수님도 잘 살고 있습니다. 언젠가 형수님이 그랬답니다. 선배님이 어디가서 바람필 사람이 아니란 것을 믿는다고. 제가 옆에서 봐도, 가족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가장으로서 믿어도 좋을' 사람입니다.
그 분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죠.

경우가 조금 다릅니다만, 탁고지신이란 말의 무게가 달리 느껴집니다.
사람을 알아보는 것, 그것은 무엇보다도 큰 능력인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