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9일 금요일

비명소리

어제 밤 12시 반 쯤, 자려고 누워있는데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리더군요.
꽤나 먼곳에서 나는 소리인 듯 해서 그냥 잘 까 그래도 나가볼까 하다가, 창 밖으로 내다 보았습니다. 역시 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방안에서 들은 소리라, 어느 쪽인지도 모르겠더군요.

그런데 잠시 뒤, 저 앞집에서 누군가 나와 서성이더군요. 바로 앞집에서도 아저씨가 나와서 담배를 피웁니다.

갑자기 안심이 되더군요. 예전에도 밤에 비명소리가 난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나가보면, 저 말고는 아무도 없었거든요. 좋은 분들이 이사오신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안보이고 어디에서 난 소린지도 알 수 없어, 다시 자려고 누우니, 저 멀리서 싸이렌이 잠깐 울립니다. 누군가 신고를 해줬나보군요. 별일 아니었길 빌어봅니다.

생각나는 일이 있어서 적어봅니다.

한번은 어디선가 비명소리가 나더군요.
그 이전에, 비명소리가 들려서 나가보면 아이들이나 여중/고생들이 자기들끼리 장난치면서 지른 소리였던 적이 많았습니다. 이게 눈앞에서 보면서 들으면 바로 아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들으면 알 수가 없습니다. 하도 속아서(?) 낮에는 비명소리가 나도 웬만하면 안나가게 됐죠. 제가 둔해서 그런가 했더니, 저희 어머니께서도 구별을 못하시더군요.

그때도 애들이 소리지르나보다 하고 안나갔습니다. 그런데 계속 들리기에 그냥 또 속는 셈 치고 나가봤더니, 어떤 남자와 여자가 있었습니다. 여자가 지른 소리같더군요. 처음에는 무슨 일인지도 몰랐습니다. 강도에게 걸린 것 같지는 않았거든요.

그 때 남자가 여자를 벽에 세게 밀어버리더군요. 그러자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래서 경찰을 부르려고 핸드폰을 꺼내들자, 남자는 가버렸습니다. 몇 번 다시 오려고 했지만, 제가 계속 서있는 것을 보고 아주 가버렸습니다. 둘은 사귀던 사이였는데, 여자가 남자에게 헤어지자고 하자 남자가 화가 나 그랬다더군요. 남자가 작심하고 팬 것은 아니라서, 별로 다치진 않은 것 같더군요.

그런데 이게 만일 강도였다면, 제가 나가기도 전에 일이 끝났을 겁니다. 그래서 말인데, 아이들이나 여학생들이 아무 때나 소리지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여자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1 소리를 질러 도움을 청하실 때는 여러 번 지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사람들은 비명소리가 들려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게 아니거든요. 못 들을 수도 있고, 들었어도 소리가 한번만 나고 더 안들리면, '내가 잘못들었나?' 하고 그냥 있는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2 비명을 질러 사람이 나타나면, 다시 도움을 청해주세요.
나타난 사람이 머뭇거리는 것은 겁이 나서가 아니라, 상황파악을 못해서 그런 것일 수 있습니다. 이게 말도 안되는 것 같지만, 제가 겪어보니 그렇더군요. 남자가 두들겨 패고, 여자는 나뒹굴고 있으면 바로 상황파악이 되지만, 그냥 둘이 서 있으면 [처음부터 보는게 아니라 그때부터] 보는 사람은 모릅니다.

3그리고 웬만하면 밤늦게 다니시지 않는 게 좋겠죠. 밤늦게 다니지 말라고 하는 것이 여성에 대한 부당한 속박쯤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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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2일 0시 30분쯤 자려고 누웠는데 또 비명소리가 났습니다. 그냥 잘까 하다가, 그다지 먼 곳에서 난 소리같지 않아서 창밖을 살펴보았습니다. 아무 것도 안보이더군요.
옷 입고 안경 찾아 쓰고 나와 보았는데, 아무도 안나와있더군요. 비명소리가 좀 짧게[1~2초 남짓?] 나서 그런게 아닐까 싶네요. 집 근처를 훑어보았지만 아무 것도 찾을 수 없어서[조금 떨어진 곳이나 건물 안에서 그랬나 봅니다] 그냥 돌아와 잤습니다. 누군지 모르지만 별일 없었길...

8월 2일 04시50분 쯤 또 비명소리가 났습니다. 그냥 놀란 소리 같기도-자다가 들어서 확실치 않아요- 했습니다만, 오토바이소리까지 나길레 나가봤습니다. 역시 아무 것도 없더군요. 새벽이라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난 소리가 가까이서 난 것처럼 들렸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