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9일 목요일

사람들에게 달동네는 어떤 의미일까요?

참 뒷골 땡기게 만드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88307.html

언론보도만 읽고 거품물고 흥분할 수는 없죠. 맞는지 틀리는지, 앞뒤 사정은 어떠했는지 알아봐야할 겁니다. 그런데 저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들을 읽어보다가, 뜻밖의 주장들을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어떤 분들이 저 어머니의 행동을 옹호하시더군요.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극빈자들이 사는 곳은 치안상황이 무척 나쁠 것이므로, 가장이 없는 것보다 저런 가장이라도 있는 게 나을 수 있다. 그러므로 저 어머니의 행동은 어쩔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말들도 하시더군요.

다른 건 모르겠고, 달동네에 대한 저분들의 생각을 보면서 저는 놀랐습니다. 달동네에서 도대체 무슨 일을 겪으셨기에 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궁금해지더군요.

저는 다행히 굶어본 적도 없고, 달동네에 살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달동네 바로 옆에서 자랐고, 지금도 살고 있습니다. 제 국민학교 동창들은 봉천동의 달동네 아이들이 많았고, 중학교 동창들은 신림동 달동네 출신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공업고등학교를 나왔는데, 고등학교 동창들도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도 많았죠. 제 고모들 가운데 두분이 서울에 사시는데, 한분은 답십리의 달동네에 사셨고, 다른 한분은 금호동의 달동네에 사셨습니다[두분은 다행히 재개발로 새집을 얻으셨습니다]. 지금은 재개발이 많이 되었지만, 요즘도 봉천동/신림동에는 달동네가 꽤 남아있습니다. 저는 밤에 달동네 골목을 걸어다닐 때도 많죠.

그런데 그 분들이 생각하시는, '10살짜리 의붓딸을 강간한 남자라도 있어야하는 ' 그런 곳은 본 적도 없고, 들어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분들이 저로서는 상상도 못 할 달동네를 겪으신 것인지, 막연하게 외국영화에 나오는 슬럼가와 같은 곳이 아니겠냐고 짐작하신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 같은 시절을 살아가면서도, 서로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있는게 아닐까. 어쩌면 우리 사회의 여러 갈등-사람들 사이에 다툼이 없을 수 없지만, 불필요한 충돌말입니다-은 바로 여기서 비롯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오해를 막기 위해 덧붙입니다. 저도 집안에 아버지/남편이 있어야 한다는 것, 달동네 치안이 다른 곳보다 좋지 못하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그런데 어떤 인간쓰레기 가장이라도 있어야만할 정도의 치안상황은 아니란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