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9일 금요일

복지부동

언젠가, 제 일터에서 오랫동안 일해오신 분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불체자 단속하다가 다치지 말라고. 조직에선 절대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고.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엊그제, 다른 곳에서 저와 같은 일을 하시는 분들 이야기를 듣다보니, 그 말씀이 다시 떠오르더군요.

대규모 공단/농장에서, 불체자 단속반이 불체자와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잡히는 일이 가끔 있습니다[저는 온 지 얼마 되지 않다보니 겪지는 않았습니다]. 많아야 열두엇쯤 되는 단속반을 백여명이 둘러싸고 '몸싸움을 벌이는'-저런 일에 우호적인 언론의 표현을 빌리면- 거죠. 경찰과 같이 가도 소용이 없답니다. 수십~백여명이 흥분해서 둘러쌌는데[불체자들과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저희를 아주 싫어합니다. 일터에 불쑥 들어오는데 좋아할 수는 없겠죠. 더구나 불체자들과 한솥밥 먹던 정도 있고, 그들이 잡혀가면 일이 안되거든요], 경찰 몇이 뭘 어떻게 할 수 없죠.

어떤 선배님 한분이 당하신 일입니다. 단속을 나갔다가, '인권단체'-얼마전 %&참사로 널리 알려진 곳입니다-가 불러모은 사람들에게 붙잡혔답니다. 경찰에 지원을 요청해 봤지만, 멀찌감치서 바라만 보더랍니다. 단속차량을 들어엎으려는 상황까지 왔고, 결국 단속한 불체자들을 다 뺏겼답니다. 위에 보고했더니, 가장 높으신 분께서 오셨답니다. 위로는 커녕, 다친 직원이 아무도 없다며 싸워보지도 않고 뺐겼냐고 나무라더랍니다.
얼핏 보면 맞는 이야기 아닌가 싶으실 겁니다만, 저희 입장은 아주 다릅니다. 도망가던 불체자가 스스로 뛰어내려 발이 부러져도 단속반에게 책임추궁이 시작 되는데, 불체자도 아닌 국민과 충돌해서 부상자가 나오면 어떻게 될까요?
저들을 공무집행방해죄로 고발했지만, 흐지부지 되어 버렸답니다. 그런데 조사과정에서 담당경찰이 그러더라네요. '거긴 우리도 못가는 덴데 왜 들어갔어요?' -_-;;

다른 직원들도 단속과정에서 사고터지면 높은 분께서 나무라시던 이야기, 단속하다 얻어맞아도 흐지부지 넘어가던 이야기를 하더군요. 저희 일이라는게, 열심히 하면 사고가 터질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저희가 잘못해서 터지는 사고는 저희가 책임을 져야겠지만, 그런 사고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단속하다 얻어맞아도 흐지부지 넘어가는 것 쯤은 얼마든지 바로 잡으실 수 있는 분들입니다만, 그런데는 관심이 없으시죠. 결국 열심히 뛰다가 사고 터지면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 없고, 사고 피하려 조심하면 무능하다고 깨지는 겁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듣다보면 맥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선배들을 보면, 뛰어난 분들도 계시지만 건성건성 일하는게 보이는 분들도 많습니다. 자기 재능의 반도 펼치지 않는 사람들도 많구요. 이젠 그런 분들을 뭐라지 못하겠네요.
그나마 저희는 정년이라도 보장되죠. 사기업에 계신 분들은 오죽할까 싶습니다. 검찰에서 기업체를 수사할 때, 전직 임직원들을 찾는다죠? 연락만 되면 제발로 달려와서 적극 협조한다구요. 그게 이해가 갑니다.

사기업에 계신 분들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월급]주는 만큼만 일한다. 옛사람은 국사國士로 대했으니 그렇게 갚아준다고 했던가요. 결국 저도 복지부동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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