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자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했던 일들 가운데 하나는 사망신고를 받는 것이었는데, 마지막날인 오늘, 기억에 남을만한 사람 둘을 보았습니다.
모두 국제결혼한 부부였는데, 외국인 배우자가 죽어서 남은 사람이 사망신고한 일이었습니다.
한 사람은 아주머니였습니다. 위장결혼관련혐의를 받던 사람이었죠.
남편이 병으로 죽었다고 사망진단서를 떼어서 왔는데, 역시나 얼굴에서 슬픔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오직 '이제 이 사람은 지워지는 거죠?'라 다져 묻기만 하더군요. --이제 이 사람으로 문제될 거리는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하고 싶은 모양인데, 별로 배우지 못해서인지 저렇게 묻더군요[아무래도 위장결혼은 못배운 사람들이 하는 일이 많습니다].
참고로 여성이 위장결혼해서 오는 경우가 더 많긴 합니다만, 남성도 위장결혼해서 오는 일이 많습니다. 아마 이 아주머니도 외국남자와 위장결혼했다가, 이런저런 조사를 받으면서 마음고생을 했나봅니다.
다른 한 사람은 아저씨였습니다. 아내가 죽었다고 사망신고를 하더니, 슬그머니 물어보더군요.
'사망신고를 하면 화장비를 준다는데 여기서 주나요?'
그 일을 맡았던 분께서 -황당한 얼굴로- 여기서는 드리지 않고 어디서 주는지도 모르겠다고 하자, 누군가 그러더라며 얼버무리고 사라지더군요.
잘사는 것 같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리 가난해 보이지도 않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지금까지 왔던 다른 사람들도 슬픔이 묻어나오는 사람은 적었던 것 같습니다. 죽은 사람과 어떻게 되시냐고 물어보면, 애인이라고 얼버무리는 아주머니들이 많았죠. 사망신고를 하지 않으면 자신에게 어떤 불이익이 돌아올 것 같아서 하는 사람들이 거의 다였던 것 같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겪고 나면 마음이 착 가라앉으면서 맥이 쭉 빠져버립니다.
남은 아내/남편이라는 사람들이 저러고 있는 걸 보니, 죽은 사람들이 참 가엾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의 나라에 와서 쓸쓸하게 죽어갔을 테니까요.
왜 저럴까 싶다가 다시 생각해보니, 제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도 식구들이 크게 슬퍼하진 않았군요. 하지만... 그냥 그렇게 잊혀지나 싶더니, 가끔씩 뭔가가 치밀어 오르고는 했습니다.
그 사람들도 가끔씩 그런 일을 겪을까요? 아니면 누구였는지 생각도 안날까요.
문득, 어찌보면 저런 죽음은 스스로가 불러들인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나의 죽음은 어떨까요. 아마 내가 어떻게 사는가에 달려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