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4일 토요일

만삭의 불체자

불체자부부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나갔습니다. 여기저기 물어보니 아내쪽이 만삭이라네요.
같이 간 분께서 '이번에는 좀 합법이었으면 좋겠다'라고 하시더군요[불체자라는 신고받고 가보면, 합법체류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그냥 허탕치고 돌아오죠]. 불체자라면 눈에 불을 켜고 잡으시는 분인데, 그 말씀을 하시면서 스스로도 놀라워하시더군요.

아니었으면 했는데, 역시나 불체자였습니다. 아내는 배가 잔뜩 불러서 산부인과에서 받은 수첩까지 보여주네요. 막달이랍니다. 이를 어쩐다?
그 분께서, 아내는 안걸린 것으로 해 줄테니까 자진출국을 하라고 얘기해줬습니다. 그게 가장 낫다고. 우리말을 몇마디씩만 하는 남편과 거의 못하는 아내에게 이걸 설명해주느라 애먹었는데,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한국인에게 돈 받을 거[체불임금 같은] 있냐고 물어보니, 다행히 방 보증금 말고는 없다네요. 아무튼 보증금도 돌려받아야 하고, 아내가 만삭이라 비행기를 못타니 바로 나갈 수가 없답니다. 결국 아내는 남겨두고 남편은 데려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 아내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면서 아내도 같이 데려가달라는군요. -_-;;
보호실이나 보호소가, 어떤 사람들이 믿고 싶어하는 것처럼 인간이하의 생활을 강요하는 곳은 아니지만, 만삭의 임산부에게 내집같이 편안한 곳은 아닙니다. 부부가 함께 있을 수도 없구요. 그걸 얘기 해주고[제대로 알아 들었는지는 모르겠네요] 남편만 데리고 나오는데 또 애먹었습니다. 울먹이는 아내를 남편이 달래게 한 다음, 수갑은 아내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채우고 데려왔습니다.
아까 만삭의 임산부라는 것을 가르쳐주신 분께서, 걱정스런 눈길로 꼭 데려가야 하냐고 물어보시더군요.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잘 될거라고만 말하고 왔습니다.

원래 단속된 불체자는 핸드폰을 못 쓰게 하는데, 이 사람은 그냥 쓰게 놔뒀습니다. 가면서 계속 아내와 통화를 하더군요. 무슨 말인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만, 말투와 목소리로 봐서 아내와 통화하는 것이란 걸 알겠더군요.
가면서 우리끼리, 이걸 어쩌냐, 보호일시해제를 해야하는 거 아니냐, 소장님에게 말해야 하지 않겠냐 말이 많았습니다. 제가 그 나라 대사관에 아내를 돌봐줄 수 있는지 물어보는게 어떻겠냐고 했습니다만, 별 소용없을거란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보다도 못사는 나라 외교공관에서 이런 일까지 나서줄 리가 없다고.
그 사람에게도 몇번이나 당신 정말 친구 없냐, 아는 사람도 없냐, 있으면 전화라도 해보라고 했습니다만, 친구라고는 저 먼 곳에 하나 있어서 도와줄 수가 없답니다.

보호실에 다른 외국인과 함께 있기 때문에, 보호실에 들어가기 직전 핸드폰을 받아두었습니다. 그리고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다시 전화를 하게 해줬죠. 혹시나 싶어서 그 나라 대사관의 전화번호도 적어줬습니다. 대사관에 전화하면 나갈 수 있냐고 묻더군요. 그건 아닌데, 같은 나라 사람이니까 도와줄 수 있는지 물어나 보라고 말해줬습니다. 전화를 했는지는 모르겠네요.
전화통화는 다른 보호외국인들이 보지 못하는 곳으로 데리고 나와서 시켜줬습니다만, 다른 보호외국인들이 대강 눈치 챈 것 같았습니다. 도대체 저놈들은 뭘 받아처먹어서 쟤만 잘해주나 하는 눈으로 쳐다보더군요.

이 사람들도 우리가 모질게 굴지는 않는다는 것을 눈치채고, 임신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이 핑계로 더 버텨볼 수는 없을까 궁리하는 모양이었습니다. 아내는 자신에게 유리한 진단서를 떼러 아주 멀리까지 가는 모양이더군요. -_-;; 놀라서 아기가 일찍 나올 것 같다는 이야기도 들려왔습니다.

그런데 이 부부를 신고한 분에게서 항의전화가 왔습니다. 왜 안잡으러 오냐고. 단속을 나가서 남편은 데려왔고 아내는 만삭이라 놔둔거라고 말씀드리자, 만삭이라고 봐주는게 어디있냐 따지고는 남편은 확실히 잡아갔냐고 다져 묻더군요. 저와 함께 가셨던 분께서 해명하느라 애먹으셨습니다. 웬만하면 저렇게까지는 하지 않는데.... 불체자 부부는 순박해보였습니다만, 저희앞이라서 그랬는지도 모르겠군요. 불체자 부부가 그 분께 무슨 나쁜 짓을 했다면 그런 사정을 말씀하셨을텐데, 말씀하시는 내용으로 보아 그런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사이가 나쁜 것 같더군요.

결국 불체자 부부가 출국명령을 받는 것으로 일이 마무리된 듯 합니다. 출국명령은 출입국관리법 68조에 따른 것입니다. 남편은 풀어줄테니, 정해준 날자까지 한국생활 정리하고 제발로 나가라는 것쯤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어떤 분은 불쌍한데 그냥 여기서 살게 하면 안되냐고 생각하실테고, 다른 분은 왜 확실하게 잡아서 내쫓지 않냐고 생각하시겠지만, 제가 보기엔 괜찮은 마무리 같습니다. 임신했다고 아예 눌러앉게 해줄 수는 없는 것이고, 가둬뒀다가 쫓아내는 것 보다는 남편이 아내 돌보면서 한국생활 정리할 기회를 주는게 나을 것 같거든요.

많은 분이 모르시겠습니다만, 가끔씩 저희가 병든 불체자를 도와준 일이 미담으로 홍보되기도 합니다. 이 곳에서 일하기 전까지는, 저도 생 거짓말쯤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겪어보니, 생거짓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 불체자 부부와 태어날 아기는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요? 그나마 인정을 쓰더라고 생각해줄지, 임신 막달인데도 남편 잡아가더라고 욕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저 부부를 신고한 사람과 남편이 전화쓰는 것을 눈치챈 다른 불체자들은... 저희 욕을 아주 많이 하고 있겠죠. -_-;;

2010년 4월 17일 토요일

이른바 '길거리단속'에 대해서

제가 하는 일 가운데 하나는 불법체류자 단속입니다. 가끔 문제가 생기죠. 얼마전에도 그런 일이 있어서, 인권위 결정이 내려지고 언론보도가 여기저기 나오더군요. 저희를 나쁘게 보는 사람들이 '길거리단속'이라면서 공격하는 사안이었습니다. 제가 잠시 있던 사무소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그 일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어서 뭐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이른바'길거리 단속'이 어떻게 이뤄지는가에 대해서 좀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글을 써볼까 하다가도 자꾸 망설이게 되었습니다. 제가 워낙 신출내기라서 아는 것도 없거니와, 무엇보다도 변명만 늘어놓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더군요. 사람은 자기가 옳다고 믿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하는 일이 옳다고 믿어버리는 일이 많죠.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러다가 저희의 입장을 누군가-그게 저같은 애송이라고 해도- 남겨 두는 것이 아무런 쓸모없는 일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어떤 사고가 어떠한 맥락에서 터진다는 것을 알게 되면, 조금 더 생각하게 보게 되겠죠. 생각이 달라지지 않는다 해도, 그게 쓸데없는 일은 아니라 생각됩니다.

1 먼저 '길거리 단속'하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뭔가 문제있는 게 아니냐, 해선 안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드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무슨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길에서 단속하는 '그 자체로서'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보죠. 경찰이 길거리에서 도둑을 보았습니다. 그 경찰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잡아야겠죠. 경찰이 길에서 도둑을 보고 잡는 것이 '그 자체로서' 문제 있는 행동이라 볼 수는 없습니다. 그와 같습니다. 저희는 불법체류자를 강제퇴거[출입국관리법 46조. 행정상 즉시강제입니다]시킬 / 특별사법경찰관으로서 형사처벌하거나 통고처분[출입국관리법 93조의 3, 94조, 102조]할 권한과 책임이 있습니다[다만 실무상 형사처벌/통고처분은 거의 않고, 강제퇴거만 시킵니다]. 길거리라고 해서 불체자를 그대로 놔두는 것은 직무유기/태만에 해당할 겁니다.

2 '길거리 단속'은 왜 하게 될까요? 솔직히 실적은 올려야 하는데 정보는 없을 때 하기도 합니다만, 그게 다는 아닙니다. 저희가 일을 하며/일을 떠나서 사람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씀이 있습니다. 길에 불체자들 몰려 다니는 것 보면 무섭다는 것입니다. 특히 저녁 때 으슥한 곳에 불체자들 모여 있는 것 보면 정말 두렵다는 말씀들을 하시더군요.

물론, 불체자들이 무슨 사회적 병균/인간쓰레기인 줄 아느냐, 통계에 따르면 이들의 범죄율이 일반국민보다 낮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길어지므로 밑에 따로 쓰겠습니다.

저희가 해결해 드릴 수 있는 문제는 저희가 해결해 드려야죠. 불체자들은 뭉쳐있습니다. 서로 정보를 주고받죠. 특히 단속과 관련된 정보는 빠르게 퍼집니다. 예컨대 저희가 건설현장 함바집에 단속을 나가면, 그 뒤로는 함바집에 안오고 다른 식당에 가거나, 배달을 시켜먹는 일이 많습니다. 길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길에서 단속을 많이 했더니, 불체자들이 공장 밖으로 나오질 않고 틀어박혀 지내는 일이 많습니다. 그렇게해서 사람들은 안심하고 다닐 수 있게 됩니다.

3 '길거리 단속'은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아마 '길거리 단속'과 관련해 문제되는 것은 이 부분일 것입니다.
가. 먼저 외국인에게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합니다[출입국관리법 27조에 의해 국내체류외국인은 신분증을 가지고 다녀야 하죠]. 신분증이 있다면 신분증을 확인하고 바로 끝나고, 신분증이 없다면 단속차량으로 데리고 가서 신분을 확인합니다. 신분에 이상이 없고 그냥 신분증을 안가지고 다닌 것 뿐이라면 [원칙대로라면 출입국관리법 98조에 의해 벌금형에 처해야 합니다만] 그냥 보냅니다. 불체자라면 출입국관리법 51조 3항에 따라 긴급보호를 합니다.

나. 이때 출입국관리법 82조 3호에 따라 저희 신분증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러면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외국인은 아무 일 없을 거란 걸 아니까 가만히 있습니다만, 불체자는 -바보가 아닌 한- 바로 달아나 버리죠. 신분증 다시 지갑에 넣고 쫓아가려면 늦습니다. 그렇게 놓치는 것은 그냥 허탕쳤네 하고 넘어가면 됩니다만, 불체자가 달아나 보겠다고 무단횡단하다가 차에 치거나/ 뛰어내리거나/ 부딫쳐서 다치면 큰일이죠.
그래서 일단 둘러싸거나 손으로 붙잡고 이야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이때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외국인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아니까 가만히 있습니다. 그러나 불체자는 반항하죠. 그러다보면 신분증 제시는 커녕[그 상황에서 신분증 제시해봐야, 눈에 들어오기나 하겠습니까] 몸싸움을 해야 하는 일이 많습니다.

다. 그런데 동남아/아프리카처럼 한눈에 외국인임이 드러나는 경우는 괜찮습니다만, 중국인은 우리나라사람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문제는 불체자 가운데 가장 많은 것도 중국인이고, 단속시 반항이 가장 심한 것도 중국인이란 것이죠.
얼마전처럼, 국민을 외국인으로 오인하고 잡은 사고는 모두 중국인으로 잘못 안 경우입니다. 길가는데 갑자기 오더니 둘러싸거나/붙잡으면 싸우려 하게 되죠. 아니면 저희를 강도로 오인하고 달아나게 되구요. 그러면 저희는, '불체자 같아 보여서 신분확인하려 했더니 달아나네? 정말 불체자라서 저러는 구나' 해서 잡게 되는 거죠.
미리 신분증을 제시하고 양해를 구하면 이런 일이 없는데,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러지 못하게 되는 때가 많으니까 사고가 터지는 것이죠. 이런 문제는 검/경에서 범인을 체포할 때도 똑같이 나타난다는군요. 그렇다고 언제나 신분증 먼저 제시하게 되면, 위와 같은 문제[불체자가 달아나다가 차에 치는]가 생기게 되겠죠.

이른바 '길거리 단속'이라는 데 대해 제가 아는대로 써 보았습니다. 나름대로 솔직하게 써 보려했습니다만, 되도 않는 변명 늘어 놓는다고 느끼실지, 그래서 저런 사고가 터지는구나 싶으실지는 모르겠네요.

-------
위에 나온 '불체자가 무슨 사회적 병균이나 인간쓰레기인 줄 아느냐, 통계상 범죄율이 더 낮다'는 말씀에 대해서 좀 써보죠.

1. 불체자는 사회적 병균이나 인간쓰레기가 아니라는 말씀은 옳은 말씀입니다. 저들이나 우리나 착한사람은 착하고 나쁜 사람은 나쁘죠. 흔히들 생각하는 '사회적 병균' 따위는 감옥에도 없습니다. 다 나름의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죠. 불체자는 가난 때문에 돈벌러 왔을 뿐, 딱히 우리보다 더 나쁜 사람들은 아닙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사람들 가운데 성인군자/부처님 가운데 토막같은 분은 몇 없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선과 악 사이에서 흔들리는, 또는 합법과 불법 사이에서 둥둥 떠다니는 존재죠. 그래서 통제가 없으면 본능대로 행동하게 되고, 그러다가 어떤 기회가 되면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겁니다.
누구나 패버리고 싶은 사람 있을테고, 닥치는대로 때려부수고 싶었던 적 있을 겁니다. 그런데 왜 그러지 않으셨습니까? 도덕적 심성에서 나온 숭고한 결단으로 그렇게 했었나요? 솔직히 빨간 줄 가는 게 싫어서 아니었습니까? 형벌보다도, 지금까지 이뤄온 모든 것[직장/재산/가족이라든지]들을 날려버리고 싶지 않아서 아니었습니까? 사람은 법적인/법률외적인 통제장치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것이라고 본다면, 틀린 말일까요?
그런데 우리나라에,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저런 통제장치가 있습니다만, 불체자에게는 저런 통제장치가 허술합니다. 불체자가 범죄를 저지르면 잡기가 쉽지 않거든요. 솔직히, 화성연쇄살인사건도 불체자 짓이 아닌가 생각하는 분들 많습니다[거기 불체자가 참 많습니다]--바로잡습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불체자가 많아지기 전에 있던 일입니다. 제가 잘못알고 썼네요--. 어떤 중국인은 한국판결은 한국 떠나면 휴지조각이라고 하더군요. 법률외적 통제? 아예 없습니다. 말 그대로, 여기서 무슨 짓을 했든 자기나라 돌아가면 그만 아닙니까.
바로 이런 것 때문에, 불체자 개개인이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불체자가 늘어나면 사회가 위험해진다는 것입니다.

2 통계상 범죄율이 낮게 나온다더군요. 아무래도 남의 나라에 오면 조심하게 될테니, 맞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좀 더 생각해봐야할 게 있습니다.
가. 먼저 암수/숨은 범죄의 문제입니다. 사람은 대개 주변에서 범죄를 저지르게 되어 있습니다. 불체자도 범죄를 저지른다면, 자기 주변의 불체자에게 많이 저지르겠죠. 그런 경우 피해를 당한 불체자는 신고할 리가 없겠죠? 또한 범죄는 일어났는데 범인이 누군지 모르는 경우, 불체자가 한 걸로 통계에 잡히지 않겠죠.
나. 실무상 불체자의 범죄는 인지를 하지 않고 강제퇴거로 끝내는 일이 많기 때문에, 통계상 범죄율이 낮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범죄의 대다수는 중형에 처해지지 않습니다. 살인/강도 같은 범죄보다는, 즉심이나 약식명령쯤으로 끝나는 가벼운 범죄가 훨씬 많다는 뜻입니다. 주변에 살인자나 강도는 별로 없지만, 벌금 내 본 사람은 꽤 있으실 겁니다. 그걸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런 가벼운 범죄의 경우, 국민이 저지른 짓이라면 인지를 해서 수사를 하고 벌금을 때리게 됩니다. 하지만 불체자가 저지른 짓이라면 저희에게 넘기고 끝내버리는 일이 많습니다. 벌금 얼마보다는 강제퇴거가 더 무거운 벌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사실 그런 면이 있구요].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범죄의 대다수는 가벼운 범죄인데,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불체자는 범죄통계에는 잡히지 않고 강제퇴거 되버리는 듯 합니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불체자와 관련된 범죄통계는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요?

2010년 4월 9일 금요일

복지부동

언젠가, 제 일터에서 오랫동안 일해오신 분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불체자 단속하다가 다치지 말라고. 조직에선 절대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고.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엊그제, 다른 곳에서 저와 같은 일을 하시는 분들 이야기를 듣다보니, 그 말씀이 다시 떠오르더군요.

대규모 공단/농장에서, 불체자 단속반이 불체자와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잡히는 일이 가끔 있습니다[저는 온 지 얼마 되지 않다보니 겪지는 않았습니다]. 많아야 열두엇쯤 되는 단속반을 백여명이 둘러싸고 '몸싸움을 벌이는'-저런 일에 우호적인 언론의 표현을 빌리면- 거죠. 경찰과 같이 가도 소용이 없답니다. 수십~백여명이 흥분해서 둘러쌌는데[불체자들과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저희를 아주 싫어합니다. 일터에 불쑥 들어오는데 좋아할 수는 없겠죠. 더구나 불체자들과 한솥밥 먹던 정도 있고, 그들이 잡혀가면 일이 안되거든요], 경찰 몇이 뭘 어떻게 할 수 없죠.

어떤 선배님 한분이 당하신 일입니다. 단속을 나갔다가, '인권단체'-얼마전 %&참사로 널리 알려진 곳입니다-가 불러모은 사람들에게 붙잡혔답니다. 경찰에 지원을 요청해 봤지만, 멀찌감치서 바라만 보더랍니다. 단속차량을 들어엎으려는 상황까지 왔고, 결국 단속한 불체자들을 다 뺏겼답니다. 위에 보고했더니, 가장 높으신 분께서 오셨답니다. 위로는 커녕, 다친 직원이 아무도 없다며 싸워보지도 않고 뺐겼냐고 나무라더랍니다.
얼핏 보면 맞는 이야기 아닌가 싶으실 겁니다만, 저희 입장은 아주 다릅니다. 도망가던 불체자가 스스로 뛰어내려 발이 부러져도 단속반에게 책임추궁이 시작 되는데, 불체자도 아닌 국민과 충돌해서 부상자가 나오면 어떻게 될까요?
저들을 공무집행방해죄로 고발했지만, 흐지부지 되어 버렸답니다. 그런데 조사과정에서 담당경찰이 그러더라네요. '거긴 우리도 못가는 덴데 왜 들어갔어요?' -_-;;

다른 직원들도 단속과정에서 사고터지면 높은 분께서 나무라시던 이야기, 단속하다 얻어맞아도 흐지부지 넘어가던 이야기를 하더군요. 저희 일이라는게, 열심히 하면 사고가 터질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저희가 잘못해서 터지는 사고는 저희가 책임을 져야겠지만, 그런 사고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단속하다 얻어맞아도 흐지부지 넘어가는 것 쯤은 얼마든지 바로 잡으실 수 있는 분들입니다만, 그런데는 관심이 없으시죠. 결국 열심히 뛰다가 사고 터지면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 없고, 사고 피하려 조심하면 무능하다고 깨지는 겁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듣다보면 맥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선배들을 보면, 뛰어난 분들도 계시지만 건성건성 일하는게 보이는 분들도 많습니다. 자기 재능의 반도 펼치지 않는 사람들도 많구요. 이젠 그런 분들을 뭐라지 못하겠네요.
그나마 저희는 정년이라도 보장되죠. 사기업에 계신 분들은 오죽할까 싶습니다. 검찰에서 기업체를 수사할 때, 전직 임직원들을 찾는다죠? 연락만 되면 제발로 달려와서 적극 협조한다구요. 그게 이해가 갑니다.

사기업에 계신 분들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월급]주는 만큼만 일한다. 옛사람은 국사國士로 대했으니 그렇게 갚아준다고 했던가요. 결국 저도 복지부동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군요.

2010년 4월 4일 일요일

어찌 하오리까

저는 여러가지 일을 합니다. 그러다보니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는 일들도 많이 마주치죠. 몇가지 써볼까 합니다.


1. 국제결혼을 했는데 아내가 도망가는 일을 많이 봅니다. 아마 그럴 생각으로 우리나라에 온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내가 여자라도 도망가겠다 싶은 경우도 가끔 봅니다. 65년생 아저씨와 90년생 아가씨의 결혼을 생각해 보십시오. 돈이 많은 것도, 잘생긴 것도, 교양이 있는 것도 아닌데 여자가 붙어있긴 힘들겠죠. 국제결혼 중에도 나이차가 꽤 큰 축에 끼긴 합니다만, 이런 일은 많습니다.

저런 결혼이 깨지면 누구의 잘못일까요? 도망가려 작심하고 온/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왔다가 마음이 변해 도망간 여자? 저런 결혼을 한 남자? 모두의 잘못 입니다. 양비론이 아니라 둘 다 잘못한 거죠.

그런데 그런 잘못을 한 사람들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마냥 나무랄 수만도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욕망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어쩌면 저런 일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 욕구를 풀 다른 길이 있는가 없는가의 차이만 있을 지도 모릅니다. 물론 욕구를 잘 다스리는 분들도 많습니다만...

저는 저런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2. 국제결혼과 관련해, 위장결혼은 아닌지 조사하는 일을 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 살펴보게 되는 것들 가운데 하나는, 그 사람에게 돈이 얼마나 있는가 입니다. 위장결혼은 돈 때문에 하는 것이니까요. 돈이 있는 사람은 위장결혼을 할 까닭이 없죠.
그런데, --모두가 그런 것은 절대 아닙니다만-- 돈이 없어 국제결혼을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분들 입장에서는 화가 날 겁니다. 돈이 없어 짝을 찾지 못해 국제결혼이라도 해보려는데, 돈이 없다고 트집[?]을 잡으니까요. 돈없으면 장가도 못가냐고 울화통을 터뜨리는 분들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 사정 왜 모르겠습니까. 그런데 일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국제결혼으로 온 여자들은 모든 게 힘들겁니다. 그러다보니 결혼이 깨지기 쉽죠. 그렇다면 결혼이 깨지지 않을 여건은 갖춰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지 않는다면 수많은 가정이 깨질 겁니다[아니면 여자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가정이 유지되거나]. 그 뒤엔 서로에게 결혼을 하지 않은 것만도 못한 상처만 남기겠죠.

남자가 여자를 패지는 않는지, 두 사람 성격이 잘 맞는지는 결혼 전에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일정수준의 생활유지가 가능한지는 미리 알 수 있죠. 그리고 그건 결혼생활유지에 정말 중요합니다. 결국 저는 남자에게 돈이 얼마나 있는지 물어 볼 수 밖에 없게 됩니다.

돈이 없어 국제결혼이라도 해보려는 분들과, 오면 도망갈게 뻔히 보이는-도망가는게 이해가 가는- 여자들. 저는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3. 불체자단속을 하다보면 마음이 무거워질 때가 많습니다.
불체자를 쓰는 곳 가운데는 우리나라 사람은 구할 수가 없어서 불체자라도 써야하는 곳이 있습니다. 솔직히 제가 봐도, 저 일 하느니 다른 일 구하는게 낫다 싶은 일들이거든요.
그리고 그런 곳은 사정이 어려운 곳이 많습니다. 단속하고 나오면서 여긴 이제 망했구나 싶을 때도 있죠. 그냥 내버려둬도 버티기에 힘겨워하던 곳이, 일하던 사람들 잡혀가고 불법고용으로 벌금내면 버틸 수 없겠죠.

힘없이 고개를 떨구며 담배만 피우는 그곳 사람들을 보면, 뭐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 물론 합법적으로 외국인력을 쓸 수 있는 길이 열려있습니다만, 시골구석에서 두어사람이 근근히 꾸려가는 곳에서 모든 법을 지켜가며 일하기 바라는 것은 무리겠죠.

불체자들도 마찬가집니다. 한달에 120받아서 고향의 가족들에게 70~80씩 부쳐주는 사람을, 법을 어겼다고 나무라지는 못하겠더군요.

언젠가는 막걸리 공장에 단속을 나가 불체자들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잠깐만 기다려 달라더군요. 그러더니, 물을 잠그지 않으면 막걸리를 버린다면서 여기저기 벨브를 잠그더군요. 수갑을 찬 채, 이제 쫓겨나면 평생 볼 일 없을 지 모를 공장을 챙기고 있는 사람을 보면, 뭐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단속을 하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불체자단속을 하지 않으면 불체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죠. 지금이야 단속때문에 저런 곳에서만 일을 하지만, 단속이 사라지면 거의 모든 곳에서 불체자만 쓰게 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밀려나게 됩니다. 왜? 싸거든요. 중국산이 국산을 몰아낸 것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단순노무인력 다음엔 이공계가 직격탄을 맞을 겁니다[불체자들 가운데는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들도 많습니다만, 배울만큼 배운 사람도 많습니다. 옛날에 우리나라에서 똑똑한 사람들이 서독에 광부로, 미국에 막일하러 가던 것 생각해보세요]. 미국에서 이공계인력의 상당수를 외국인이 차지하고 있다죠. 그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지게 됩니다. 그건 단순히 이공계인력의 실업문제를 넘어서,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되겠죠.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불체자 수가 늘어나면 사회가 위험해집니다.
'불체자들이 사악해서' 생기는 문제가 절대 아닙니다. 인간 본성의 문제입니다. 다른 동물들과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게 해 준 인간의 공격본능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것이죠.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진실입니다.

지난 참여정부에서 불체자들에게 온정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은 다들 아실겁니다. 그랬더니 불체자 수가 20만을 넘어서 버렸습니다. 그리고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불체자 단속해서 강제퇴거시켰더니, 사무실에 신나 뿌리겠다는 전화가 하루종일 걸려와서 일을 못한 적도 있습니다.
불체자 단속반이 불체자들에게 감금되었다가, 형사대에 지원요청해서 간신히 풀려난 일까지 벌어졌죠. 단속반원 하나가 아니라, 단속반 전체가 말입니다.
'인간사냥꾼'이니 뭐니 하면서 당해도 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불체자 단속업무를 맡은 사람들도 불체자에게 당하는데 일반 국민들은 무사할까요?.

현정부 들어서서 강력한 단속이 펼쳐졌고, 불체자 수가 많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단속을 조금만 느슨하게 하면, 언제 다시 폭발적으로 늘어날 지 모릅니다. 그 뒤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뻔하죠.
구로구에서 우리나라 주민들과 중국인들 사이에 유혈충돌이 벌어지고, 안산에서 몽골 갱과 베트남 갱이 전쟁을 벌이는게 불가능한 일일까요?

이런 것들을 모두 생각하면서, 저는 불체자와 불법고용을 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판결이 세상을 바꾸기도 할까요?

예전에 어느 법조인이, 판결이 세상을 바꾼다는 제목의 책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그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광고에서 제목을 보고 허풍이 꽤 세구나 싶었죠. 그런데 요즘 생각이 좀 달라지고 있습니다.

언젠가 가스호스를 뜯어내며 난동을 부리던 사람에게 경찰이 가스총을 쏜 일이 있었습니다. 가스총에서 튀어나간 고무마개가 그 사람의 눈에 맞았고, 눈을 잃게 되었다죠. 그에 대해 법원은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했구요.

제가 일하는 곳에서는 불체자단속 때문에 가스총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 사건 때문인지, 가스총 사용수칙이 비현실적으로 되어 있더군요. 일정거리 안에서는 얼굴에 쏠 수 없게 정해져 버린 것 입니다. 가스총은 최루가스를 눈/코/입에 확 뿜어야만 하는데, 그걸 못하게 되었으니 있으나 마나하게 된 거죠.
가스총 말고 다른 보안장비라봐야 삼단봉 정도 입니다. 가스총보다 더 위험할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사용에 부담이 더 큰 물건이죠.

자, 다음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불체자 단속에 나가는 사람들이 보안장비의 사용을 꺼리게 되었습니다[물론 불체자 단속에 항상 저런 것들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불필요할 때가 더 많죠]. 어떤 분은 일선직원들에게 가스총이나 삼단봉을 가지고 가지 말라고 하기도 했다는군요. 가지고 있으면 쓴다나요?

그러다보니, 흉기를 들고 공격하는 불체자는 단속이 어려워져 버렸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흉기를 들고 공격하는 불체자를 단속하다보면 부상자가 나올 수 밖에 없는데, 내가 다치면 내 몸이 아프게 되고 불체자가 다치면 골치가 아프게 되버리는 거죠.
흉악한 놈 잡는다고 뭐가 생기는 것도 아닌데, 문제만 잔뜩 생길 일을 하고 싶겠습니까.

그러니 흉기를 들고 공격하는 불체자는 도망가게 내버려두고, 별다른 저항이 없는 불체자만 잡게 되죠. 결국 흉포한 불체자는 남고 온순한 불체자는 쫓겨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겁니다. 이건 불체자들에게 흉기를 들고 다니라고 가르치는 꼴이 아닐까요?

일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물론 그 판결을 한 판사들 입장이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닙니다. 눈이 멀었으니 불쌍했겠죠. 그리고 국가배상책임만 인정했지, 그 경찰관에게 구상책임을 인정한 것은 아니니까 괜찮을거라 생각했을테구요.
솔직히 공무원들이 법을 잘 몰라서 몸을 사리는 것 아니냐고 되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행정법상 법원의 판결에 대한 국가배상책임 인부와 관련된 논의를 지켜보면, 공무원들이 법을 몰라서 저렇게 되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드는군요.

일이 어떻게 흘러갈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판결이 세상을 바꾸긴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