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26일 토요일

어이없는 소문

중국인 불체자들 사이에서 떠도는 소문을 하나 듣게 되었습니다.
천안함 사태에 중국정부가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데 대한 보복으로, 한국정부가 중국인 불체자를 다 쓸어버리기로 작정했다는 소문이었습니다.

'불법체류 10년하면 영주권 준다'는 소문과 맞먹는 황당함으로 큰 웃음을 주더군요. ^^;;
-고칩니다. 저나 다른 일선직원들의 생각과 달리, 이 소문은 사실로 드러났고 저 소문이 난 사정도 있더군요-

우리나라에 불법체류를 하는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중국인입니다.
더구나 다른 불체자다발국가들과 달리, 중국에서는 밀입국도 많죠. 밀입국은 항공편으로는 힘들고[아주 불가능하진 않습니다만], 선박편으로 많이하게 되는데, 다른 국가들은 거리가 있다보니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다롄 등지에서 밀입국하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그리고 생긴게 비슷하다보니 단속이 쉽지 않고[신경을 곤두세우게되죠], 정말 사람 성질 건드리는 일이 많다보니 마찰도 많습니다. 어제도 몽골불체자가 단속하는 직원분의 손목을 꺾어서 전치6주가 나온 일이 있었습니다[(덧붙입니다: 손가락들이) 부러졌다는군요]. 만약 일부 중국인들처럼 소리지르고 쌍욕을 퍼부으며 그랬다면[물론 중국인이라고 모두 저러는 건 아닙니다. 정말 순한 분들도 많죠. (덧붙입니다: 우즈벡 그밖에 다른 나라 사람들도 욕하고 덤비는 사람들 많죠. 중국만 저러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도 가만두지 않았겠지만, 몽골인 특유의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_-;; 가만히 있으니 저희도 손을 못대겠더군요. 멧돼지같은 덩치가 마치 아이처럼 순진무구한 얼굴로 '괜찮아, 집에 가면 돼'하는데 이걸 때릴 수도 없고....-_-;;

아무튼 이리해서 중국인 불체자는 특별취급을 받게 되는데(바로잡습니다. 중국불체자들이 다른 불체자들에 비해 특별취급을 받는다는게 아니라, 중국이 불법체류다발국가라서 특별취급을 받게 된다는 말입니다. 제가 잘못 써놨네요) 그게 저런 소문으로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천안함하니 생각나는게 있네요. 이 사태와 관련, 당국에서 보여준 모습들 때문에 여러가지 의혹이 끊이지 않았죠. 각종 음모론에 빠지는 사람들도 많지만, 많은 분들이 군시절 '가라보고'가 생각나셨을 겁니다[저는 경교대출신입니다만, '가라보고'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합니다].
제가 그 문제에 대해 아는 건 없습니다만, '가라보고'가 쌓여서 위에서는 실상을 알지 못했고, 그래서 결국 저렇게 된게 아닌가 싶어요.

그 꼴을 바라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어떤 사건이 터진다면, 우린 안 저럴까? 아마 저희도 저럴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일을 하게 된 다음, 처음으로 맡았던 상부지시 건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제가 이러저러한 지시를 받았다고 하자, 함께 일하시는 분들이 '도대체 누가 그런 걸 시키더냐?'고 물을 정도였습니다. 아무리 머릴 굴려도 답이 안나와서, 지시한 사람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려고 전화를 했습니다. 반항하는 걸로 생각하고는 한소리 하더군요. 결국 저도 '가라보고서' 하나를 생산했습니다. 그리고 마침 교육이 있어서 자릴 비웠는데 저 대신 다른 분께서 그 건으로 세번을 깨지셨고, 나중에 알고보니 그 일로 저희 기관장에게까지 전화가 왔더군요.

그 일을 겪고나니 정이 뚝 떨어지더군요. 할 수 있는 지시는 얼렁뚱땅 하고, 답이 안나오는 지시는 조용히 가라보고서로 때우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다들 그렇게 하더군요. -_-;;

2010년 6월 19일 토요일

위장결혼들

모든 이야기를 다 쓸 수는 없고, 적당히 얼버무려 씁니다.

1. 제가 맡았던 일은 아닌데, 여든이 넘은 노인이 위장결혼을 한 일이 있었습니다.
담당자가 위장결혼이란 걸 밝혀내자, 그 영감님이 배째라는 식으로 따지기 시작했답니다. 시골 구석에서 별다른 수입도 없이 사는데, 이 여자가 돈을 주는게 도움이 된다고.
결국 담당자가 그냥 넘어가 줬다는군요.

2. 어떤 여자가 위장결혼을 했습니다. 조사해보니 남자는 정신지체 장애인, 주소라고 써둔 곳은 시골 폐교의 교실. 신청했던 건은 당연히 불허가 되었죠.

다른 건으로 제가 조사를 나갔습니다. 어마 뜨거라 싶었는지 다시 붙어살고 있더군요. 어떻게 달랬는지 뭘 받았는지 남자도 위장결혼이 아니라고 하고[사리분별 못하는 저능은 아니고, 챙길 건 챙길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있는 그대로 보고서 써서 올렸습니다. 결정권자가 불허를 할 지는 모르겠습니다. 허가가 나가면 여자는 다시 나가서 살테고, 다음에 허가가 필요할 때 쯤 다시 돌아와 살겠죠.

3. 어떤 남자가 국제결혼을 하려고 했습니다.
처녀총각이 만나서 결혼하는데, 여자에게 애가 있다는 것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그런데도 남자집안에서 그대로 밀어붙이더군요. 둘이 죽고 못사는 사이도 아니고 얼굴만 한두번 보고 하는 결혼에서 말입니다.

왜 저러나 싶었는데 남자가 정신지체장애인이더군요.
그 집안에서는 아들을 돌보기에 지친 듯한 눈치였습니다. 며느리를 맞아와서 아들을 떠 넘기려는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십년중풍에 효자 없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제 할머니께서 치매와 풍으로 고생하시다 가셨는데, 돌아가셨을 때 -정말 죄송한 말씀입니다만-슬픈 게 아니라 홀가분했죠. 그 뒤로, 가끔씩 뭔가가 가슴속에서 울컥 치밀어 오르긴 했습니다만.
아마 자식들만 그런게 아니라 부모도 그런가 봅니다.

아무 여자나 데려와서 그런 아들을 떠 넘기는 부모, 그런 남자란 걸 뻔히 알면서도 시집을 오는 여자.... 아마 곧 여자는 달아날테고, 부모는 분노에 불타올라 다시 저희를 찾아오겠죠.

나만 이런 것일까

얼마전, 출장을 나갔다가 단속에 합류할 일이 있었습니다.
출장을 나갔다가, 우연히 불체자로 보이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단속반에게 알려주고 제 일을 했죠. 제 일을 마치고 단속반에 합류했습니다. 그 사람이 잡혀있더군요.

마침 밥 때가 되었습니다. 단속을 하다가 밥때가 되었을 때, 사무소로 돌아가서 먹을 수 있으면 좋지만 그러지 못할 때가 많죠. 그러면 보통 저희는 근처 식당에서 돌아가며 밥을 먹고, 단속된 불체자는 차 안에서 빵과 우유를 줍니다. 식당에 데리고 들어갔다가는 사고터질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런데 그 날은 단속된 사람이 그 사람까지 둘 밖에 안되고[더구나 모두 여자], 단속시 태도가 협조적이었기 때문에 그 사람도 같이 식당에서 밥을 먹게 되었습니다[사고 위험이 적다고 본 것입니다]. 저희가 아니었다면 아무 일 없었을 사람과 겸상을 하게 된 것이죠. 그런데 참.... 모두들 웃고 떠들며 잘 먹더군요- 잡은 사람이나 잡힌 사람이나. 검찰쪽에서 '수사하다가 친해진다'는 말이 있는 모양인데, 그제서야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저 혼자 고개 푹 숙이고 말없이 밥만 먹었습니다.

그 때까지만해도, 그 사람은 저 때문에 잡혔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짖궂은 직원들이 저 때문에 그 사람이 잡혔다고 말해주더군요. 그러자 그 분이 귀엽게 투정 부리듯 왜 그랬냐고 하는데.... 참 기분 뭐했습니다.

뭐 그 분이 속마음을 감추고 겉으로만 그랬을 수도 있었습니다만...

아무튼, 남들에게는 다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나 혼자만 낑낑거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저는 이렇게 타고 난 모양입니다.

2010년 6월 2일 수요일

오해

해외여행 다녀보신 분들 많으시리라 생각됩니다. 해외로 나가거나 국내로 들어올 때 출입국심사란 것을 하게 되죠. 그때마다 여권의 사진과 얼굴을 비교해보는 과정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일을 할 때면, 많은 분들이 싫어하십니다. 대개는 애써서 다른 곳을 쳐다보시며 외면하시죠. 물론 웃으며 받아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벌컥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구요.사진과 얼굴이 달라보여서 좀 오래-그래봐야 몇초- 보면, 거의 정색을 하고 뭐 잘못되었느냐며 물어보십니다.


그런데 얼마전, 제가 어떤 여성분을 심사 할 때였습니다.

여기에 쓸 수는 없습니다만, 뭔가 미심쩍은 게 있어서 사진과 얼굴을 번갈아가면서 오래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되게 화내겠구나' 싶었죠.
그런데 이 여자분, 싱글벙글하시더군요. 무슨 좋은 일 있어서 화 안내고 그냥 넘어가려고 하나 싶었습니다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더 오래쳐다볼 수록 더 좋아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러나 싶었는데, 여자분이 마침내 입을 여시더군요.

'저 맞아요. 제가 다이어트를 해서 살을 15kg빼서 달라보이는 거에요'

그러니까, 살을 너무 빼서 제가 못알아 보는 줄 알았던 겁니다.

그러나 문제는.... 살이 빠져서 제가 그런 게 아니었다는 것이죠. -_-;;
볼살이 조금 줄긴했지만, 살 때문에 못알아볼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아무튼 결국 심사해드렸습니다. 여권에 심사인을 받고 가시면서, 정말 좋아하시더군요.
정말 여자분 입장에서는 기분좋은 오해였고, 제 입장에서도 민원을 막아준 오해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