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28일 토요일

불체자와 노동시장 임금

외국인 근로자들이 늘어나면 노동시장에서 임금이 내려가는/또는 오르지 않는 것을 두고 말이 없지는 않은 듯 합니다. 어찌보면 너무도 당연한 것인데, 그렇지 않다고 보는 분들도 있는 듯 하네요. 언젠가 저희도 관련 연구자료를 받아보았는데, 솔직히 제 전공분야가 아니다보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군요.

합법체류자의 임금수준은 노동부쪽에서 파악을 하고 있는 듯 합니다.
다만 그게 정확한지는 모르겠습니다. 방문취업비자[조선족/고려인이 우리나라에서 일할 수 있는 비자입니다]로 들어온 사람 가운데, 저희쪽에 취업개시신고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혜택을 주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에게 취업개시신고를 하려면, 고용센터에 신고를 한 뒤 표준근로계약서를 떼 와야 합니다. 그래서 방문취업비자로 들어온 사람들 가운데 혜택을 노리고 취업을 하지도 않은 곳의 업주와 고용센터에 가는 일이 정말 많거든요. 당연히 임금도 되는대로 적어서 내는 경우가 많겠죠.
물론 이런 경우에도 황당한 임금을 적어내지는 않고 일반적인 임금을 적어낼테니까 믿을만 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서울에서 식당은 80~160 사이[대개 120~150]에서, 건설업체는 200~260[형틀목수/철근 그밖에 맡은 일에 따라 달라지죠] 사이에서 정해지는 것 같았는데, 그 일 한지 몇달 지나서 가물가물하네요. 맞나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 일을 하다보면 퇴직신고를 하러 오는 사업주들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 사람들은 외국인도 우리 국민과 동등하게 대우해 주고 있다고 강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맞나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불법체류자의 임금수준은 파악이 안되고 있습니다. 다만 단속된 불체자의 체불임금을 정산하는 과정에 노동부쪽 분들과 저희가 개입을 하게 되면서 이 정도 받았구나 하고 알게 되는데, 그걸 자료화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제가 하는 일이 아니라서요].

아무튼 불체자가 노동시장의 임금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사업주들은 항상 말합니다. 한국인들은 일하러 오질 않아서 쓸 수가 없다고. 그래서 불체자를 쓸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하죠.

그런데 한국인 노동자들의 말은 또 다릅니다. 사업주들이 불체자만 써서 일자릴 구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불체자 신고를 받다보면, 자신이 불체자들 때문에 짤릴 위기에 있다면서 다급하게 단속을 요청하는 분들도 많고, 아예 짤린 다음 복수심에 불타서 제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한국인의 불체자 신고는 거의 이런 경우라고 보시면 됩니다].

어느 쪽 말이 맞을까요? 단속된 불체자의 말을 들어보니 알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 단속된 불체자에게 얼마 받았냐고 물어보니 180을 받았다더군요. 나보다 많이 받는다고 했더니[제가 200쯤 받는데, 그 때 분위기가 농담따먹기 하는 분위기라서 우스개로 그랬습니다],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면서, 처음부터 그렇게 받은게 아니라 몇년동안 오르고 올라서 그렇게 받은 거라고 말하더군요. 그 사람이 있던 곳은 폐수가 발목까지 차오르는 3D업체였습니다. 그들은 장화를 신고 저희는 운동화를 신고 이리저리 첨벙거리며 쫓고 쫓기던게 생각나는 곳이죠. 그런 곳에서 처음엔 100 남짓 받다가 여러해 동안 오른게 180이었던 것입니다. 그 사람은 6년간 불법체류를 해서 그렇게까지 받았고, 같이 잡힌 다른 사람은 100 좀 넘게 받았다더군요. 아마 우리 국민을 썼다면 250은 넘게 줘야 했을 겁니다.

흔하지는 않은 일입니다만, 어느 공장에서 잡힌 사람은 80쯤 받았더군요.
어느 음식점에서 불체자를 100~120 쯤 주고 요리사로 쓰다가 단속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우리 국민을 썼다면 200은 넘게 줘야 하는 자리라더군요.

그래서 저와 함께 일하는 분께서는 그런 말씀을 하십니다. '사람이 오지 않아서 불체자를 쓸 수 밖에 없다고? 돈을 적게 주니까 그렇지!'
위에서 말한 공장에서 80주고 불체자 쓰다 걸린 사업주가 합법적인 외국인 근로자마저 도망가서 불체자를 쓸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하는 걸 보면 얼마나 사람을 막 대했으면 외국인까지 도망가나 싶기도 해요.

이런 걸 보면, 불체자가 노동시장의 임금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 감이 오실 겁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반이민정서가 꿈틀거리는게 이해가 가기도 해요.

이 글을 읽으시면서, 제가 사업주와 불체자가 좋은 관계에 있는 때도 많다는 글을 썼던 걸 떠올리시는 분도 있으실 겁니다. 어느 게 거짓이냐고 하실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이 글도 그 글도 모두 저나 제 주변의 다른 분들이 겪은 일들입니다.
뭔가 앞뒤가 안맞는다고 느끼실 겁니다. 그런데 삶이란게 그렇더군요.

-- 덧붙입니다.

얼마전 도축가공업체에서 불체자를 단속했습니다. 125만원/135만원/175만원을 받고 일했더군요[경력이 쌓인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더 받은 것 같습니다]. 도축가공업체가 뭐하는 곳인지 모르시는 분들은, 간단하게 옛날의 백정 생각하시면 됩니다. 피비린내가 가실 날이 없고, 무슨 특별한 경력이 될만한 곳도 아니다보니, 한국인을 쓰려면 저 돈 가지고는 안될 겁니다.

2010년 8월 21일 토요일

재회 2

요즘은 위장결혼도 나름 머리를 쓰고 준비를 합니다. 한국인이 -마치 '정상적인' 국제결혼처럼- 외국으로 건너가서 맞선을 보고 오기도 하고, 외국인이 우리나라로 잠깐 와서 맞선을 보고 가기도 하죠[이때 미리 합의한 대로, 불법체류를 하지 않고 바로 나갑니다. 이걸 담보하기 위해 브로커에게 위약금도 걸어두더군요]. 예전처럼 위장결혼한 사람들이 서로 얼굴도 잘 모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또 가난한 분들이 국제결혼을 하는 것을 보면, -언젠가도 썼다시피-아내를 맞아오는 것인지 강아지를 얻어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때도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이게 위장결혼인지 아니면 참된 결혼이지만 사는 게 막 사는 것일 뿐인지 가려내기가 힘들어지고, 늘 망설이게 되죠. 특히 제가 처음 맡았던 일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제가 아무 것도 모르고 위장결혼같다고 보고했던 것들이, 참된 결혼이지만 사는 게 막사는 것일 뿐인데 잘못 본 것은 아닌지 늘 찜찜했죠.

그런데... 제가 처음 불허의견을 냈던 분이 다시 신청을 했고, 이 건이 어쩌다가 다시 제게 맡겨졌습니다. 불허가 된 뒤 쫓아와서 대판 싸우고 갔다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윗분께 말씀드리고 사건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라고 말씀하시더군요. 하지만 그냥 제가 맡았습니다. 내가 싼 똥은 내가 치운다는 마음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제가 제대로 본 것이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만약 잘못 본 것이라면 제 손으로 바로잡아 주고 싶었죠.

다시 만나게 된 그분. 대판 싸우고 갔다기에 한번 소란이 있겠구나 싶었는데, 뜻밖에도 순하셨습니다. 대판 싸웠을 때, 저희쪽에도 만만치 않은[?] 분이 계셨기 때문에 그런 듯 싶습니다. 다행히 저를 기억하지 못하시더군요.

처음에는 구비서류 등 뭐하나 제대로 준비해둔 것이 없으셨는데, 이번에는 이것저것 열심히 준비해오셨더군요. 순간 흔들립니다. 내가 막사는 걸 위장결혼으로 잘못 본 게 아닐까? 조금 캐보니 여기저기서 거짓말이 드러납니다. 그래도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위장결혼이 아닌데도, 딴에는 잘 해보겠다고 거짓말 하는 사람도 많거든요. 한참을 고민하면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있는데, 뭔가가 잡힙니다. 두가지가 수상하더군요. 제가 잘못 봤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행히.

다시 보고서를 썼습니다. 이번에는 '불허'라고 쓰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제가 본 대로 썼습니다. 담당하시는 분이 읽어보시고 결정하시도록. 담당하시는 분들은 그런 의견을 더 싫어하시더군요. '도대체 날더러 어쩌란 말이냐'며... ^^;; 하지만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제가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그냥 한 것을 아시게 되자, 선배님들이 그러시더군요. 불허된 사건을 다시 맡기지 않는 까닭은, 감정싸움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함도 있지만, 자기가 맡았던 사건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일을 망치지 않기 위해서라고. 법원에서 재판할 때 전심[前審]재판에 관여한 판사는 맡을 수 없게 되어 있는 것과 똑같은 이치더군요. 거기까진 생각을 못했습니다.
적어도 이번은 제가 선입견으로 한사람의 혼사에 딴지를 걸어버린 건 아닌 것 같습니다만, 모르죠. 사람 사는 게.

제 선배 한분이 겪은 일입니다. 어떤 부부를 조사하고는 위장결혼으로 판단했답니다[제가 들어봐도 위장결혼으로 보이더군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나봅니다. 그 뒤 약 5년동안 그 사람이 술만 마시면 -조사과정에서 실수로 노출 된- 개인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해서 퍼부어 댔답니다. 결국 5년 뒤 그 사람은 많은 노력을 하고 우리나라에 들어왔다는군요. 그런 일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조심하게 됩니다. 내가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 고생시키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

저희가 막아버리는[결혼은 약탈혼이 아닌 이상 국가가 막을 수 없죠. 저희는 그 외국인의 입국을 막아버릴 뿐입니다. 한국인이 외국으로 나가서 같이 사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죠. 다만 맞선을 통한 국제결혼은 입국불허가 곧 혼인불허와 같죠] 국제결혼은 위장결혼 냄새가 물씬 나거나, 아니면 위장결혼이 아니라도 곧 도망가버릴 게 뻔히 보이는 결혼들입니다. 가끔씩 외국인 배우자 쪽에 한국인 배우자는 모르는 문제가 있는 때도 있구요. 아는 사람이라면 정말 다시 생각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은 결혼들만 그렇게 하는데... 모르겠습니다. 사람 사는 일이라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