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9일 목요일

국적법상 귀화요건으로서의 품행단정

2013.12.12. 국회의원 13분이 국적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제출하였습니다.
다른 내용도 있으나, 현 국적법 상 귀화허가시 '품행단정' 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지나치게 자의적이 될 수 있다'면서 '위법한 행위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을 것'으로 개정하려 한다네요.

하도 어이가 없어서 글을 씁니다.
대외공개가 불가능해서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만, 귀화실무상 품행단정 문제로 불허되는 자들은 거의 그럴만한 사람들입니다. 만약 말도 안되는 이유로 불허했다면? 행정소송 걸면 됩니다.

저 의안처럼 개정이 이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무리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도 '형사처벌 사실만 없다면' 걸러내기 힘들어집니다.
예를 들어보죠.

'가'라는 사람이 강간을 했다고 칩시다. 과거 강간죄가 친고죄이던 시절에는, 피해자와 합의를 봐서 고소를 취하시키면 공소기각판결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공소기각판결은 형사처벌이 아님에 의문이 없구요.
그러면 '가'라는 사람은 형사처벌 사실은 없으니, 다른 요건을 모두 갖췄다면 국적을 줘야 할까요?

얼마전 중국 범죄조직 거물이 국내로 숨어들었다가 잡힌 건을 보죠. 그 사람 중국에서 수배가 내려지기 전에 왔습니다. 당연히 우리나라에선 형사처벌 사실이 없구요. 그럼 이 사람이 다른 요건을 모두 갖추었다면  국적을 줘야 할까요?
중국 삼합회, 일본 야쿠자, 러시아마피아 모두 거물은 자국내 형사처벌 사실이 없을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히 형사처벌 기록이 없을테구요. 이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다른 조건을 모두 갖추어 귀화신청을 한다면, 국적을 줘야 할까요?
이렇게 되묻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어쨌든 범죄조직원이니 우리나라에서 처벌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그러나 외국범죄조직이 자국에서 저지른 범죄는 '외국인의 국외범'이라서, 우리 형법으로 처벌이 불가능합니다. 법적으로 처벌이 가능한 경우에도, 해외에서 이루어진 범죄- 그것도 조직범죄의 처벌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이런 말씀까지 드리긴 그렇습니다만...
죄형법정주의원칙 아실 겁니다. 아무리 나쁜 놈이라도 처벌규정이 없으면 벌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그러면 국회에서는 빈틈없는 입법활동을 통해 처벌의 불비를 막아줘야 합니다. 그런데 국회가 그렇게 발빠른 입법활동을 하던가요?
사회가 급변하다보니, 과거엔 없던 문제가 수시로 쏟아져 나옵니다. 그러나 법률은 사회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 다들 아실 겁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반사회적 행위를 한 자라도, 처벌규정이 없어 처벌이 불가능한 경우가 나타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 개정안대로 법 개정이 이루어진다면, 어떤 반사회적 행위를 한 자라도, 처벌규정이 없다면 국적취득에 도 아무런 장애가 없을 겁니다.

과연 이번 국적법 개정안, 현명한 선택일까요?

2013년 12월 14일 토요일

복지

저도 처음에는, 저희 일이 복지문제와는 관련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도 않더군요.

먼저 결혼이민자의 부모가 관련됩니다.
결혼이민자의 가족이 우리나라에 방문하기도 하죠. 이 때 C-3라는 단기사증으로 입국하게 됩니다. 90일 이하의 기간동안 머물 수 있죠. 그런데 그 이후에도 우리나라에 더 머물러 보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두가 그 뜻을 이룰 수는 없고, 결혼이민자의 부모[예외적인 경우 여동생]는 손자녀를 돌봐준다는 명목 등으로 F-1-5 자격으로 변경하여 더 오래 머물 수 있습니다.
이 분들께서 우리나라에 더 머물려고 하는 것은 피붙이와 함께 하고 싶어서이기도 하겠지만, 다른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집간 딸네 집에 와서 머무는 것이 석달로도 모자라다고 보긴 힘들죠. 저희 고모들도 국제결혼을 하셨기에 할머니께서 바다건너 고모님들 댁에 찾아가시기도 했습니다만, 한달 넘게 머무신 적은 없습니다.
결혼이민자의 가족들이 우리나라에 계속 머물려는 까닭은 크게 보아 두가지 입니다(물론 신청사유와 같이 손자녀를 돌보기 위한 것도 분명히 있습니다). 불법취업과 신병치료죠. 불법취업은 고용허가제 회피문제인데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신병치료는 한마디로 의료보험 가입입니다. F-1-5로 체류자격변경허가를 받으면 외국인등록이 가능해지니, 의료보험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거죠. 얼마전 재미교포들이 국내에서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 것을 비판하는 여론이 있었던 것 아실 겁니다. 바로 그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의료관광과는 정반대의 문제이구요. 우리나라에 와서 치료받는 것은 같지만, 의료관광은 자기돈으로 치료받는 것이니까요.

다음으로 복지와 관련되는 것은 국적취득입니다.
국적을 취득하면 우리 국민으로서 각종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니까요.

이와 관련된 규정이 국적법 5조 4호입니다. 본인의 자산이나 기능,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에 의존하여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자만이 귀화허가를 신청할 수 있게 하고 있죠(물론 예외가 있습니다. 예컨대 7조의 특별귀화자의 경우 생계유지능력 요건이 면제되죠). 여기서 생계를 같이 하는가족에 의존한다는 것은 간단히 말해 주부를 위한 규정입니다. 법적으로는 부부별산제가 확립되어 있습니다만, 현실적으로 상당수의 결혼이민자는 자신 명의 자산이 없습니다. 남편과 함께 애써서 재산을 모았으니, 명의야 어찌 되었든 결혼이민자의 자산으로도 봐야겠죠. 경우에 따라서는 시부모의 자산도 결혼이민자의 경제능력으로 봐주기도 합니다. 다만 일가면 아무 사람 재산이나 결혼이민자의 재산이라고 내세우는 경향도 있는데, 이건 좀 곤란하겠죠.
그러면 얼마나 있어야 재정능력이 있다고 볼 까요. 국적법 시행규칙 3조는 기준을 3000만원 정도로 잡고 있습니다(물론 현금3000만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구요. 자녀가 있는 결혼이민자의 경우 이 기준이 대폭 완화됩니다). 그런데 이 기준은 98년 국적법 시행규칙 제정시부터 있어왔던 것인데(그 이전에 어떠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그대로인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네요. 98년의 3000만원과 지금의 3000만원은 그 가치가 완전히 다르죠.

위에서 잠깐 7조에 의한 특별귀화자는 재정요건을 보지 않는다고 했지요. 9조에 따른 국적회복자도 마찬가지 입니다. 모두 일반적인 귀화와 달리, 대상자가 우리나라와 어떤 관련성이 있기에 재정요건은 보지 않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력이 부족해도 귀화허가를 받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는 장차 복지수급 대상자의 증가로 연결될 수 밖에 없죠. 실제로 귀화/국적회복 허가를 신청하는 분들 가운데는 복지혜택을 노리고 신청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어느 정도냐하면, 장기간 불법체류를 한 사람도 합법적인 신분을 갖게 되면 바로 귀화 얘기를 꺼냅니다. 자신을 입국시킨 한국정부가 자신의 노후도 책임져야 한다며 큰 소리를 치는 사람들도 많죠(어처구니 없게 느끼시겠지만 사실입니다. 특히 불체하다가 결혼이민자로 변신한 사람들이 저러죠).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뜩이나 재원이 모자란데 외국인의 의료/복지비용까지 떠 맡을 순 없다
-아니다 이게 국격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다문화 가정은 취약하다. 결혼이민자의 가족에 대한 복지혜택 부여는 파탄율 높은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으로서의 기능도 한다.

-귀화자에 대한 복지혜택 부여는 당연한 것이다. 일단 국적을 취득한 이상 평등하게 다룰 수 밖에 없다
-귀화자에 대한 재정능력 심사는, 없이 살면 국적도 못 따게 만드는 것 밖에 안된다.
-아무런 기여도 없이 복지혜택만 노리는 무임승차는 걸러야 하지 않을까? 혜택만 받아먹고, 조금만 불리하면 제 나라로 튈 사람들이다.
-현재로서도 보유자산 기준이 낮다. 더구나 실무상 저 기준마저도 무너지는 일이 많다. 그리고  자녀가 있는 혼인귀화자에 대한 재정능력 심사는 거의 형식적인 수준이다.
-대한민국을 젊게 만들겠다며 이민의 문턱을 낮춰 귀화를 늘린다더니만, 결과는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젊은 피가 아닌 늙은 피, 생기있는 피가 아닌 병든 피를 수혈받는 꼴이다

위와 같은 주장들이 나올 법도 합니다(실제 있다는 것이 아니라 제가 생각해 본 것들입니다).
복지문제도 그렇지만, 귀화문제는 백년앞을 생각하고 다뤄야 할 문제입니다.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