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30일 토요일

관심

얼마 전, 인천 사무소에서 단속 중 직원 한분이 크게 다쳤습니다.
떨어져서 머리를 다쳤다는 군요. 사고 후 20일이 가깝게 치료 중이지만, 의식불명상태라고 합니다.
저는 알지 못하는 분입니다만, 제 선배님 한 분은 함께 근무했던 분이라면서 착잡해하더군요.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언론을 뒤져봤지만 이 일에 대한 기사는 전혀 없었습니다.
아마 단속 도중 불체자가 다쳤다면 언론에서 가만히 있지 않았겠지요.

언젠가 업무중 알게된 전직 소방관 한 분이 생각납니다.
근무도중 머리 한 쪽이 말 그대로 '날아가버린' 분이었습니다.
다행히 목숨은 건지셨지만,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게 되어 퇴직하신 것 같더군요. 사시는 곳도 싸구려 아파트였습니다[개인적으로 그 보다 낡은 아파트는 본 적이 없습니다].
모르긴 해도, 이분이 사고났을 때도 사람들은 잘 몰랐을 겁니다. 기껏해야 뉴스에 한줄 나고 끝났겠죠. 그 뒤로 사는 건 뭐.....

업무중 다친 소방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요즘 소방장비 노후 및 관련 예산부족으로 말이 많죠. 지자체에서 돈이 없다며 하소연을 하더군요.
그런데 제 생각은 완전히 다릅니다. 적어도 지자체는 돈 없다고 할 자격이 없습니다.
선거로 당선된 지자체 장이 -말 그대로- 헛짓거리해서 낭비하는 돈이 얼마나 많은데요. 제가 있는 곳에서도, 어처구니 없는 정책을 추진해서 해마다 수십억씩 하늘에 날리는 꼴을 보고 있습니다.
예산항목이 달라서 전용할 수 없다고 하겠지만, 그러면 처음에 예산 짤 때 잘 짰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처음 몇해 그러는 것이야 시행착오라 쳐도, 지금 지방자치 실시한 지 몇년째입니까.
기본에 충실할 생각은 전혀 없고, 어떻게든 선거구민 눈에 띄는 일에만 돈을 퍼붓는 자들 입에서 나올 소린 아닙니다.

아무튼..
위기상황에서 움직여야 할 사람들이 제 몸만 사린다고 해도, 그 사람들 탓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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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중 다치셨던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 조영남실장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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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는 말을 들었습니다.
불체자 단속 도중 부상을 입고 사망하신 조영남 실장님께서 순직으로 인정받기 힘들 것 같다는군요.
정말로 그렇게 될지, 그럴 경우 유족분들께서 소송을 하시면 어찌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런 말이 나온다는 자체가 정말 황당하네요.

지금까지 공무원 생활하면서, 나름 어처구니 없는 꼴 많이 보고 들었다 싶었는데....
정말 두손 두발 다 들었습니다. 뭐라 할 말도 없습니다.

불체자 단속할 때, 앞으로 누가 뛰겠습니까?

2014년 8월 16일 토요일

비정

저희 일과 관련된 언론기사가 났더군요.
http://news.donga.com/3/all/20140814/65758935/1

이 일을 하기 전이었다면, 무척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저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을 것 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다릅니다.
무척 비정하죠? 피도 눈물도 없다고 욕 먹을만 합니다. 하지만 저도 지금까지 보고 듣고 겪어본 것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왜 이러는지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먼저 저 언론기사 말고는, 저 사람들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찾아본 것이 없다는 것을 밝혀둡니다.

1. 아버지가 1999년 입국후 반년만에 산재를 당했지만, 돈이 없어서 2004년에서야 수술을 받았다고 하는군요.
이 것을 보면, 아버지가 불체상태였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합법체류자였다면, 보험혜택을 받아 치료를 받았겠죠. 물론 불체하다가 산재를 당했다하여도, 치료가 늦었다는 것은 분명히 불행한 일입니다.

참고로 99년 당시에는 어떠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현재는 산재를 당한 불체자는 범칙금을 면제받고 체류자격을 부여받습니다[최근에 이루어진 변화는 아닙니다]. 그리고 보험혜택을 받아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이 때문에 산재를 당한 불체자 또는 고용주가 제발로 오는 일이 종종 있죠].

2. 2000년 어머니가 자식들을 데리고 입국하였다고 하죠.
 불체다발국가의 경우, 사증발급이나 입국심사가 쉽지 않습니다. 제 짐작처럼 아버지가 불체자였다면 더욱 힘들어지겠죠.
어찌되었든, 산재피해자에 대한 인도적 배려차원에서 가족들에게 사증이 발급되었을 것입니다. 입국심사를 받을 때도 마찬가지였겠죠. 이 때 어머니는 '부상당한 남편의 병간호를 위해 입국하는 것뿐이며 다른 목적은 없고, 병간호가 끝나는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어떠한 행동을 했는지는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3. 2003년 즈음, 아버지는 불체자에 대한 구제정책의 혜택을 받았던 듯 합니다. 합법적인 체류자격으로의 전환과정에서, 아버지는 자발적인 귀국을 다짐했겠죠.
그러나 그 약속은 지키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비전문취업 체류자격은 기업체 취업을 전제로 합니다. 취업이 된 것을 보면 아버지는 장애가 없거나 경증의 장애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4. 기사에 나오는 '2006년에 다시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로 체류 기간이 2008년 9월까지 연장됐다'는 내용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간병 및 가족상봉'이라는 인도적 사유를 주장하며 데려왔을[그게 아니었다면 입국할 수 없었을] 아이들이, 부모 체류기간 연장의 방패로 쓰였다는 것은 확실하죠?
--찾아보니, 2006년에 불체아동 및 부모에 대한 한시적 구제 조치가 있었습니다. 당시 체류기간을 2008년 2월말까지 충분히 부여하였고, 부모는 자녀에게 귀국적응교육을 하고 기간안에 아동과 출국할 것을 서면으로 약속했습니다. 물론 이 역시 지키지 않았죠.


5. '아동의 교육권 보호 차원에서 자녀들이 학교 교육을 받고 있는 동안 강제 출국 조치를 할 가능성은 적지만' 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악용가능성이 크니 자세한 내용을 다 말할 수는 없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불체자의 자녀가 학교에 다닐 경우, 학습권을 보장해주기 위해 강제퇴거를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했더니 결과는 어떻습니까?
'덕분에 학교를 마쳤다. 이제 돌아가겠다'가 아니었습니다.
'난 한국말 밖에 할 줄 모른다. 돌아가면 할 줄 아는 일도 없다. 그냥 여기 살게 해달라'입니다.
물론 부모도 함께.


일반인들은 '사정 딱한데 그냥 봐주지. 피도 눈물도 없구나'라고 하시겠지만, 지금까지 사정이 어떠했는지 짐작가는 저희 입장에서 보면 좀 다릅니다.
인도적 사정때문에 하나를 봐주면,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악용하는 사례도 좀 많은 게 아니죠.

언젠가 불체자가 돌연사한 일이 있었습니다. 장례문제로 가족을 입국시켜줬죠. 들어와서는 죄도 없는 관련자를 형사고소했습니다. 가족이 죽었으니 그럴 수도 있죠. 거칠 절차 다 거쳐서 무혐의 처리되자, 재정신청을 하더군요. 여기까지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 행정소송/국가배상청구 등등 닥치는대로 소송을 걸어댔습니다. 말도 안되는 건이라 모두 졌습니다만,  끝까지 계속하더군요. 왜 그랬을까요? 불법취업때문이었습니다. 소송을 핑계로 수년씩 한국에 머물면서 돈을 벌기 위해서였죠.

여기에, '호의가 되풀이 되면 권리인 줄 아는' 경향까지 보태집니다.

이런 건들을 보다보니, 저희들도 비정해지더군요. 솔직히 저도 이런 제 모습을 보면서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딱한 사정이 있어서 편의를 봐주면, 그걸 악용하지 않고 제 나라로 제 때 돌아가는 사람만 있었다면, 저희도 비정해지지 않았겠죠.

불체자가 임신하면 임신중이라 강제퇴거가 안된다고 합니다.
아이를 낳고 나면 돌아가는 게 아니라, 아이가 어려서 강제퇴거가 안된다고 하죠.
아이가 조금 크면 돌아가는 게 아니라 학교에 보냅니다. 이제 아이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강제퇴거가 안된다고 하죠.
여기까지 저들의 뜻대로 이루어졌습니다[이 기사에 나온 사람들이 그랬다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이야기입니다].
학교를 마치게 해줬더니 이제, '아이가 그 나라말도 할 줄 모르는 상태에서 돌아가면 할 일도 없으니 강제퇴거가 안된다'를 주장하는 군요.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 얼마전 문제되었던 '이주아동 권리보장 기본법'이었습니다. 이 법안에 대해서는 할말도 없습니다.

비정한 저희가 잘못일까요, 인도적 사유를 악용하는 저들이 문제일까요?

2014년 8월 10일 일요일

실패한 구조

저희 사무소는 항만에 있습니다. 부둣가 가건물에 세들어 있지요.
얼마전 비가 내리던 날, 동료와 점심을 먹으러 가고 있었습니다.
길로도 갈 수 있고, 부둣가로 갈 수도 있는 갈림길에서, 별 생각없이 부둣가로 갔습니다. 냄새도 나고 더럽기도 하지만, 웬지 길보다는 부둣가가 좋거든요. 동료도 별 생각없이 따라왔습니다.

부둣가에 접어들자 마자, 바다에 사람이 하나 엎어진채 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를 흘낏 보더니 한 손을 조금 움직이더군요.
어처구니없게도, 처음에 든 생각은 '저 사람 수영하나?'였습니다. 해수욕장도 아니었고, 옷을 다 입고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두어걸음 옮기자 상황파악이 되더군요[2~3초 쯤 걸렸을 겁니다] .

일단 급하게 해경 122에 신고했습니다[부둣가에 있어서, 해경쪽 광고 전광판을 자주 봤기에 전화번호는 알고 있었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들고있던 우산을 팽개치고, 그 사람 옆에 정박해 있는 작은 어선으로 뛰어올라갔습니다. 그 상황에서도 물에 뛰어들면 함께 빠져죽으니, 밧줄이나 장대로 구해야 한다는 것은 생각나더군요.
올라가보니 어선에서 쓰는 굵은 호스가 있었습니다. '아저씨 아저씨'하고 소리지르면서 호스를 그 사람쪽으로 던졌습니다. 호스도 닿지 않았고, 그 사람도 반응이 없었습니다. 호스를 있던 곳에 던져놓고 다른 것을 찾아 두리번 거리는데, 119에 신고를 마친 동료가 장대를 쓰라고 하더군요. 어선이라서 그랬는지, 선실 위에 대나무 장대와 갈고리가 달린 대나무 장대가 있었습니다만 닿지가 않더군요.

수십미터 옆에 낚시꾼들이 있었습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낚싯대를 가져오라고 하니[낚싯대로 끌어당겨 보려는 생각이었습니다], 몇 분이 달려오셨습니다. 아저씨 두 분이 상황을 보더니, 안되겠다면서 옷을 벗고 바다로 뛰어드셨습니다. 마침 뱃머리에 굵은 밧줄이 있어서 던져드렸습니다[이제와 생각해보면, 호스나 장대보다 훨씬 눈에 띄기 좋게 있었는데 처음엔 왜 못봤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람 둘이 뛰어들어갔고 굵은 밧줄까지 충분히 있었습니다만, 건져지지가 않았습니다.
엎어져 있던 그 분을 돌려놓은 것까지는 되었는데, 그 이상이 되질 않았습니다. 밧줄로 어떻게든 묶어보려했지만 잘 되지가 않았습니다. 사람이 물에 떠 있으려면 두손/두발을 모두 써야 하죠. 그 상태에서 의식을 잃은 사람을 밧줄로 묶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신고한지 5~6분 만에 해경 구조보트가 나타났습니다. 신고한 곳에서도 전화가 와서는, 구조대가 정확하게 가고 있냐고 물어보시더군요. 방향을 한번 정정해드리자, 바로 저희쪽으로 오셨습니다. 구명대로 건지려다 두번 실패하고, 그냥 보트를 붙여서 끌어올렸습니다.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서 급하게 돌아가시더군요.

물에 뛰어들으셨던 분께 수고하셨다고 말씀드리면서, 출동해서 상황파악하고 있는 다른 해경에게 연락처라도 남기고 가시라 했지만[그 때는 구조된 줄 알고, 나중에 그분께 좋은 일이라도 될까 싶어 그랬습니다], 그냥 웃으면서 가시더군요[그 분은 '뭘 이런 걸로. 대가를 바라고 한 일은 아니다'라는 뜻이셨던 것 같았습니다].

사다리차[부둣가에서 사람 건져낼 때 쓰려했던 것 같습니다]까지 동원한 119도 도착했습니다만, 해경에서 먼저 구조해 갔다고 하자 돌아가셨습니다. 오해를 막기위해 덧붙이자면, 소방서는 해경보다 멀리 있어서 몇분 더 늦게 오신 것입니다.

제가 처음 발견했을 때로부터 신고하기까지 2분이 안걸렸고, 신고받고 구조팀이 도착하기까지 10여분 이상은 걸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처음 봤을 때 희미하게나마 의식이 있었던 것 같았으니, 그 분께서 목숨은 건지셨을 거라 생각했었습니다.
동료와 함께, '물에는 뛰어들지 못했지만 그래도 우리가 사람 하나 구했구나'하고 뿌듯해 하면서 점심먹고 사무소로 돌아와서 일하고 있는데.. 해경에서 연락이 오더군요. 그 분께서 돌아가셨다고.
당시 정황을 조사하기 위해 해경분께서 저희 사무실로 오셔서는, 간단하게 진술서를 받아가셨죠[참고로 저는 그 분의 인적사항이나, 물에 빠진 경위 등은 알지 못합니다].

그 뒤에야, 물에 떠 있을 때 이미 그 분의 입에 흰거품이 가득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제가 그 분야의 문외한입니다만, 해경이나 119에서 잘못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골든타임 내에 구조가 이뤄지면 '살 수도 있다'는 것이지, '모두가 산다'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성인남자 넷이 밧줄까지 있었지만 제대로 구해내지 못했습니다. 구조란 게 절대 쉬운게 아니더군요. 아무튼 착잡했습니다. 그 분을 살리기 위해 애쓰셨던 모든 분들 수고많으셨습니다.

비리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희 쪽에도 비리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 언론을 탄 것도 있군요.
http://news.donga.com/3/all/20140804/65576095/1

인터넷 속담에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하지 않은 말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더군요. 하지만 제가 여기에 무슨 소리를 한다한들......-_-;;

- 비리건에 대해서는 정말 할말 없습니다.
옛날에는 공무원 처우가 좋지 못해서 비리 없이는 먹고살기 힘들었다고 합니다만,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언론이나 일부 네티즌이 떠드는 것처럼 많은 월급과 연금을 챙기는 것은 아닙니다만, 아껴쓰면 먹고 살 정도는 받습니다. 비리에 협조하지 않으면 밉보이는 것도 맞습니다만, 사표써야 되는 정도는 아니죠. 8급 서기가 서기관급 기관장 둘이 엮인 비리를 막아내는 것도 봤습니다.
한마디로, 모자란 것은 양심과 용기지 제도와 여건은 아닙니다.

- 비리 등을 막기위해 감사를 받습니다만, 현실적으로 감사과정에서 잡아내지 못하는 일도 많습니다. 현실적으로 짧은 기간에 많은 일을 감사해야 하는 문제도 있고, 감사관이 저희 쪽 일을 잘 모르는 문제도 있습니다.

- 적발되어도 무사히 빠져나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뻔뻔하게 잘 살더군요. 참고로 공직사회에서 '뇌물 받아먹었다고 자르는 것은 심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